역대급 실적 126살 동화약품, 오너4세 체제 후 '신약 개발' 재정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2.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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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126살 동화약품, 오너4세 체제 후 '신약 개발' 재정비


올해 창립 126주년을 맞은 동화약품 (8,390원 ▼20 -0.24%)이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재정비에 나섰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을 정리한 빈자리에 당뇨 치료 개량신약을 채워넣고 있다.

오너 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의료기기 사업 인수,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발굴 등 새로운 시도가 추진된 가운데 나온 변화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뒷받침할 실적도 다졌다는 평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후보물질 'DW6014'의 식후 투약에 따른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하기 위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에 앞서 2022년 11월에는 DW6014의 공복 투약 특성 비교를 위한 임상 1상을 승인받았고 같은 해 4~6월에는 신약후보물질 'DW6013' 관련 임상 1상 2건을 승인받았으며 2021년 하반기에는 'DW6012'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동화약품이 지난 3년간 승인받은 신약 임상은 총 8건인데 이 가운데 5건이 지난 1년 사이 집중된 셈이다. 지난 1년 임상에 진입한 이들 DW6012, DW6013, DW6014 파이프라인은 모두 당뇨 치료용 개량 신약이다. 모두 현재 의료현장에서 폭넓게 처방되는 SGLT-2 억제제 및 DPP-4 억제제 기전의 당뇨치료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새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한 반면 기존 파이프라인은 순차적으로 개발이 중단된다. 동화약품은 천식·비염 신약후보물질 'DW2008'를 기반으로 진행해온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지난해 11월 중단했으며 같은해 1월에는 궤양성대장염 치료 신약후보물질 'DW2007'의 임상 2a상을 중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 성공시 시장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당뇨 치료제로 파이프라인이 재정비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약후보물질 재정비는 오너 4세 윤인호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진행된 회사 체질 개선작업과 맞물린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AI 신약 벤처 온코크로스와 함께 항암제 신규 적응증 발굴에 나선데 이어 또 다른 AI 기반 신약 개발 벤처 심플렉스와는 면역질환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에 대한 투자도 단행됐으며 2020년에는 척추 임플란트 기업 메디쎄이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잇치 등 일반의약품 제품을 앞세워 안정적 매출을 올린 회사 사업방향이 신약과 의료기기 쪽으로 한 걸음 옮겨간 셈이다. 메디쎄이 인수는 곧바로 회사 실적으로도 연결됐다.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메디쎄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7% 가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 부사장이 해당 회사 인수과정을 주도했다는게 회사 안팎의 후문이다.


사업구조 변화가 감지되지만, 일반의약품을 통한 기존 사업은 지난해 100년 역사가 넘은 동화약품에 사상 최대 매출을 안겨줬다. 지난해 동화약품 매출은 전년보다 16.2% 늘어난 34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3% 급증한 299억원으로 집계됐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주요 일반의약품이 고르게 성장했으며 특히 감기약 판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관건은 새 파이프라인 임상과 추가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실제로 R&D 투자 확대가 집행될지 여부다. 동화약품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매년 5~6%대를 오간다. 매출규모 10위 내 제약사들이 통상 매출액 10% 안팎의 자금을 R&D에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는 것과 실제 R&D 투자를 늘려 신약에 확실히 힘을 싣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결국 오너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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