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증시를 움직일 3대 변수…40년 저금리 시대의 종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1.0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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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증시를 움직일 3대 변수…40년 저금리 시대의 종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 최악의 수익률을 안긴 2022년이 막을 내렸다.

지난 1년간 S&P500지수는 19.4% 하락하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33.1% 급락했다. 그나마 다우존스지수는 8.8% 떨어져 선방했다.

인플레이션 급등에 따라 금리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시장도 손실을 입었다.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장을 추락시켰던 인플레이션과 연준(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은 올해도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역학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변수①-연준
연준은 지난해 금리를 0~0.25%에서 4.25~4.5%로 급격하게 인상했다. 올해도 0.25%포인트씩 2~3번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 투자자들이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대하는 것은 올 연말 연준의 금리 인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반복적으로 금리 인상폭을 줄여 적정 금리 수준을 찾을 것이고 금리가 그 수준에 도달하면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 연준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금리가 인하된다면 연준이 다시 통화 완화로 돌아섰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을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이뤄지려면 경기 침체보다 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2%를 밑돌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변수②-인플레이션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일 수밖에 없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지난해 12월 초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가량이 올해 인플레이션 하락을 예상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내려갈 것이란 낙관론도 있지만 3~4%까지는 쉽게 떨어져도 그 밑으로 더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은 모두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유지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일각에서 경제 환경이 바뀐 만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고수하는 한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연준이 정책 목표를 부정하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븐 리포트 리서치의 사장인 톰 에세이는 지난해 12월30일 보고서에서 "2023년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임무를 핵심적으로는 완수했다고 생각할 만큼 충분한 (3~4%)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고 2023년 내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08~2020년 사이에 미국이 누렸던 2%를 밑도는 소비자 물가지수(CPI)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초저금리가 가능했던 2% 안팎의 인플레이션으로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경우 연준은 지난해 밝힌 것처럼 금리를 5% 위로 올려 그 수준에서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금리가 5%대로 올라간 뒤 올해 말까지 5%대를 유지할 것이란 의미다.

헤지펀드 거물인 애팔루사 메니지먼트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테퍼는 지난해 12월 CNBC와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이 앞으로 긴축 스탠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매도 포지션"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시장 변수③-경기 침체 우려
연준은 여전히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크레딧 스위스도 올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올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상당수가 침체의 폭이 깊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낸시 텡글러는 최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탄력성과 공급이 빠듯한 고용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경기 둔화나 얕고 짧은 침체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가 금세 회복되면서 증시는 변동성이 심한 2023년 1분기를 지나 하반기에는 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렌미드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침체장은 S&P500지수 기준으로 평균 14개월 이어지며 전 고점에서 35.7% 하락했다"고 밝혔다.

S&P500지수는 지난해 1월3일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하기 시작해 19.4% 떨어졌다.

글렌미드는 "S&P500지수가 12개월간 대략 20%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침체장은 과거 평균과 비교할 때 3분의 2가량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추세와 평균을 보면 침체장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후, 그리고 침체가 끝나기 전 사이에 바닥을 쳤다"고 지적했다.

40년 저금리 시대의 종결
한편, 금리가 4~5%대까지 올라 그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과거 40년간의 투자 지형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인 만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공동 회장인 하워드 막스는 지난달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간은 "무위험 자산의 제로 금리(0)와 손실 위험 부재,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열망 등으로 채권자와 저가 매수자에게 힘든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신용 수단에서 견조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그들이 더 이상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더 위험한 자산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따라서 채권자와 저가 매수자의 수익 전망이 더 밝을 것이라며 "현재 환경이 과거 13년간, 또 지난 40년간의 대부분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시대에 가장 효과가 있었던 전략들이 앞으로는 초과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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