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름 치마에 긴양말 "예쁘잖아요"…2030 테니스 열풍, 왜?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최경민 기자 2022.06.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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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19-③ 테린이, 그 시작은 패션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손흥민도 테니스 패션 화보를 찍었다./사진=랄프로렌 손흥민도 테니스 패션 화보를 찍었다./사진=랄프로렌


신체가 잘 드러나는 색색깔 반바지. 유명 스포츠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장양말. 옆이 살짝 트인 치마. 교복처럼 일정하게 주름이 잡힌 치마. 허벅지에 달라붙는 H라인 치마.



'찐터뷰'가 24일 인스타그램에 '테린이'를 검색했더니 나오는 패션 아이템들이다. 남여를 가리지 않고 같은 바지와 치마여도 색깔과 모양은 다양했다. '테린이 열풍'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시의 시대, 자신을 드러내기 좋은 스포츠가 바로 테니스다.

물론 테니스가 생활 체육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종목 자체의 매력에 있다. 라켓과 공이 커서 생각보다 초기에 배우기 쉽고,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재미가 있으며, 20~30분 짧은 시간 안에 생각보다 많은 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와 30대들이 다른 운동 보다 테니스를 먼저 '픽'한 것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영향이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사진과 영상 위주의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MZ세대들은 테니스 인기를 높이는 데 패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운동 자체를 좋아하고 있어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예쁜 옷과 장비'에 있었다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 퇴근 후 30분간 테니스 수업을 받는다는 백수정씨(37세, 여)는 "원래 테니스에 관심이 없었다"며 "골프 용품을 검색하다 보니 우연히 테니스 용품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 옷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백씨는 "테니스 치마를 사두면 운동할 때든 일상에서든 두루두루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연아도 테니스 패션 화보/사진=뉴발란스김연아도 테니스 패션 화보/사진=뉴발란스
아내와 함께 할 스포츠를 찾다가 테니스를 치게 된 주용석씨(37세, 남)는 "예쁜 테니스 옷을 입고 SNS를 활발히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30세대들 사이에서 테니스 인기가 날로 커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주씨와 아내도 해외 직구 사이트, 온라인 중고 카페 등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고. 그는 "최소한의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 4-5일간 테니스를 치다 보니까 신발, 옷이 점점 늘고 있다"며 웃었다.

일주일에 2번 점심시간마다 회사를 빠져나와 테니스를 친다는 정혜미씨(38세, 여) 역시 시작 계기는 '패션'이 아니었지만 "옷, 신발뿐만 아니라 양말, 머리끈, 테니스 가방까지 예쁜 용품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용품들이 비싸지도 않아서 2030세대가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코트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테니스만 치고 가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레슨 전·후에 SNS용 인증샷을 찍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됐다는 것. 경기 하남에서 실내 테니스장 위아테니스를 운영하는 이승택 대표는 "테니스는 이제 SNS 상에서 보여주기 좋은 스포츠가 됐다. 일단 옷이 예쁘지 않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예쁜 옷을 챙겨 입는 방향으로 문화가 변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품귀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 풀려있는 테니스 라켓, 운동화 등이 급등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한 현역 테니스 코치는 "지금은 테니스 라켓을 내가 구하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다"며 웃었다. 테니스 라켓을 파는 윌슨, 요넥스코리아 측은 모두 "현재 라켓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테니스 시장 자체가 늘어난 게 확실히 느껴진다"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들어 테니스 시장이 연 20~30%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 러닝 등에 주력했던 스포츠 브랜드는 테니스 패션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거나 MZ세대의 이목을 끄는 용품을 내놓는 중이다.
그렇게 구하기 힘들다는 테니스 라켓/사진=롯데백화점그렇게 구하기 힘들다는 테니스 라켓/사진=롯데백화점
윌슨은 아예 테니스 라켓을 맞춤 제작하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고객이 원하는 색깔, 디자인으로 라켓을 만들어주고, 고객의 이름까지 새길 수 있는 서비스다. 김인호 윌슨 차장은 "MZ세대들은 테니스를 단순히 스포츠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런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켓을 주로 팔던 요넥스는 여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옷과 모자 등 패션 라인업을 강화했다. 박현진 요넥스코리아 과장은 "MZ세대는 중장년층과 달리 소비 성향이 강해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MZ세대를 겨냥해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다른 패션 기업과 협업해 테니스 패션 상품을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민호 아식스코리아 스포츠마케팅팀 부장도 "향후 2~3년 동안은 테니스가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회사에서 의류 판매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테니스 의류는 잘 팔리지 않았는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런닝 다음으로 테니스가 큰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일체의 광고·협찬 없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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