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맨 40분 해명·정호연 사진 빛삭…'갈라치기' 희생양 된 유명인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3.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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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예술인·유명 인플루언서 대상 '온라인 린치' 만연…'일상적 인종주의' 확대되며 차별·혐오 확산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1999년 출간돼 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불러 일으켰던 '우리 안의 파시즘'이 23년 만에 '우리 안의 파시즘 2.0'이란 이름을 달고 다시 등장했다. 여전히 우리사회에 '일상적 파시즘'이 만연하단 문제의식에서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이 책에서 "정치 지도자나 지식인들은 중세 종교재판관처럼 군림하고, 21세기 인터넷익명들은 1600년 조르다노 브루노 화형에 환호하는 로마군중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 웹툰작가에서 유명 인플루언서로 전직한 '침착맨(이병건·작가명 이말년)'은 지난 13일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온라인상에서 나온 자신의 좌파 논란을 해명하며 "그들의 레포츠감으로 이용되는 걸 보면서 '내 차례가 왔구나' 싶지만, 솔직히 억까(억지로 까내기리)잖아요. "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를 치른 정치권에 '통합'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시대적 과제로 국민통합을 제시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통합의 과제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니란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문화예술인 등 유명인에 대한 '사상검증'과 '온라인 린치'가 자행되는 등 사회각층에서 갈라치기 행태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16일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따르면 151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머 침착맨은 지난 13일 '좌착맨 논란에 대하여'란 영상을 게재했다. 대선을 치른 이후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좌파 침착맨'이란 루머를 해명하기 위해서다. 평소 각종 만화·웹툰이나 고전, 일상 등을 주제로 방송했던 침착맨은 이날 자신에 대한 좌파 논란을 설명하는 데 40분을 쏟았다.
스트리머 '침착맨'이 지난 13일 방송으로 자신의 좌파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침착맨' 캡처스트리머 '침착맨'이 지난 13일 방송으로 자신의 좌파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침착맨' 캡처
앞서 침착맨은 대선 다음날 진행한 방송에서 유니짜장을 먹었단 이유로 좌파로 몰렸다. 윤 당선인을 폄하하는 별명인 '윤짜장'에 빗대 분풀이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방송 중 보여진 포털 검색어 목록에 '윤도리'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행적을 진보진영 지지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글을 올리며 사상검증까지 요구했다.



침착맨은 이에 대해 "윤짜장이 뭔지도 모르고, 윤도리는 궁금해서 검색해본 것으로 진짜 '윤까'라면 알고 있겠지 검색을 했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조금 지친다"고 피로감을 드러냈다.

앞서 '오징어게임'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정호연은 대선날 SNS에 1이라고 적힌 종이를 밟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가 황급히 삭제했다. 패션쇼 '오프닝 모델'로 서게 된 성과를 기념하기 위한 게시물이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사게 되며 '온라인 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계를 비롯한 대중문화계나 스포츠계,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선거기간만 되면 색깔있는 옷은 피하고 말을 아끼는 게 불문율이 된 이유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캡처/사진=온라인커뮤니티캡처
온라인 미디어 발전 속 진영논리가 격화하며 국민정서 속에 '일상적 인종주의'가 자리잡고 있단 지적이다. 과거 중·장년층 여성 운전자가 '김여사'로 일반화돼 조리돌림 당했던 사례가 정치적 신념부터 경제적 격차, 성별·세대차이로 확대되며 혐오가 일상화됐단 것이다. 실제 대선직후 한 기업에선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단 이유로 상사가 부하직원에 보복하겠단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는 등 사회 곳곳으로 문제가 퍼지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는 "유명인사를 중심으로 공격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공격하는 행태는 결국은 '내가 더 우월하다'와 '열폭(열등감폭발)'에 대한 보상심리에 기인한다"며 "정치권에서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 대한 갈등을 부추겨왔고, 격렬한 싸움이 끝난 시점이라 이 같은 모습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영한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우리 안의 파시즘 2.0'에서 "정보가 유통되고 확장되는 속도와 범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이를 통한 일상적 인종주의 확장은 어떤 폭력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위협적"이라며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태도는 엄밀한 이론과 확고한 신념보다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도록 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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