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버지 손씨는 지난 22일 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민이를 위한 선택의 시간'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원래는 경찰의 '변사사건 심의위원회' 개최를 막아보려고 탄원을 부탁드리려고 했지만 경찰의 의지는 확고부동하고 내일 개최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의미가 없고 말만 많아질 것 같아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창기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블로그 그만 쓰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성공적이다.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니까"라며 "뉴스에 올려달라고 한 적도 없고 그냥 제 얘기만 쓸뿐이다. 그걸 못하게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정리하겠다"며 9가지를 언급했다. 이어 "아시는 내용도 있겠지만 다들 참조하시기 바란다"며 "완전범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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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CCTV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손씨는 "모든 것을 잡아낼 수 있는 경찰국가 같아서 돈을 주워도 신고하고 조심조심 살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엄청나게 허술하다"며 "어렵게 구한 것(CCTV)도 경찰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CCTV마다 보관기간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60일까지 모두 달라 확보가 어렵다고도 했다.
초동수사와 골든타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엔 실종팀이 강력계에 있었다고 하나 언제부터인지 여성청소년 부서로 넘어갔다고 한다"며 "실종사건을 강력사건과 연관하지 않고 단순 실종으로 출발하니 가장 중용한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는 최근 경찰이 계획 중인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를 두고 "미제사건으로 두기 싫을 경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희생자는 알 바 아니고 매듭을 지을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블랙아웃에 대해서는 "주장만하면 몇 시간이고 인정된다"며 "막걸리 몇 병만 먹으면 쭈그리고 앉든 펜스를 넘어가든 구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강 기지국의 오류 △한강 입수 경위 △신뢰하기 어려운 디지털 포렌식 △법정 증거로 쓰이지 못하는 거짓말 탐지기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의 변호사 선임 등에 대해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한 손씨는 "쓰다보니 자꾸 냉소적이 돼버린다"고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
끝으로 손씨는 과거 정민씨와 나눴던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내용이 순 학원하고 학교 데려다준 것 밖에 없어서 미안하고 속상하다"며 "정민아, 정말 미안하다"며 글을 마쳤다.
/사진=손현씨 블로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