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해 방콕·다낭 왔는데 "日 제품 살뻔"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7.2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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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일본 제품 살뻔"…관련 여행 카페에서 일본 제품 공유 이어져

한국 관광객 대부분이 찾는 태국 최대 쇼핑몰 '아이콘 시암'(ICON SIAM). 이곳에는 일본 유명 백화점 '다카시마야'(Takashimaya)가 입주해 있다./사진=한민선 기자한국 관광객 대부분이 찾는 태국 최대 쇼핑몰 '아이콘 시암'(ICON SIAM). 이곳에는 일본 유명 백화점 '다카시마야'(Takashimaya)가 입주해 있다./사진=한민선 기자



"태국에 도착한 순간 일본인 줄 알았어요. 방콕까지 와서 일본 제품을 살뻔했네요"

#최근 여름휴가로 일본 대신 태국 방콕을 찾은 직장인 김주영씨(24·가명)는 이같이 말했다. 방콕에서 이용한 편의점은 대부분 세븐일레븐, 로손 등 일본 기업이었고, 유명 쇼핑몰에는 일본 제품과 먹거리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는 "불매운동에 동참해 동남아 여행을 택했다"면서도 "한국처럼 태국에도 일본 브랜드가 너무 많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일본 제품을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대신 찾은 다른 관광지에서도 일본 제품을 제대로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아이콘시암 홈페이지 캡처/사진=아이콘시암 홈페이지 캡처
23일 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맞아 일본 여행 대신 가까운 동남아, 중국 등 대체 여행지를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본 대신 한국인이 즐겨 찾는 도시로는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필리핀 보라카이 등이 있다.

동남아, 중국 등에서는 한국만큼 일본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국가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일본 제품을 쓰는 만큼, 한국 여행객도 주의 깊게 제품을 살피지 않으면 일본 제품을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국 관광객 대부분이 찾는 태국 최대 쇼핑몰 '아이콘 시암'(ICON SIAM)에는 일본 유명 백화점 '다카시마야'(Takashimaya)가 입주해 있다. 같은 쇼핑몰에 위치한 일본 프리미엄 슈퍼마켓 '다카마르쉐'(TakaMarche)에서는 다양한 일본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일본 제품을 사기 십상이다.


태국 쇼핑 리스트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와코루' 속옷도 일본 제품이다. 또 다수의 태국 쇼핑몰 식당가에는 다양한 일본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내지 못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롯데마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 다낭에 있는 롯데마트는 한국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로 베트남 과자와 커피 등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다낭 여행 카페인 '다낭도깨비'에 올라온 롯데마트 관련 글./사진=다낭도깨비 캡처다낭 여행 카페인 '다낭도깨비'에 올라온 롯데마트 관련 글./사진=다낭도깨비 캡처
이에 각 여행 관련 카페에서는 현지에서 주로 소비되는 일본 기업과 제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일본 불매운동을 이어나가자"는 독려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을 여행한 한 누리꾼(331****)은 "와코루는 일본 제품이라 안 사고 돌아왔다"며 "조금 궁금하긴 했는데 일본 배불리지 말자 싶어 안 샀다"고 말했다. 이어 "알게 모르게 일본 제품 사고 왔을 수는 있는데, 아는 한은 안 쓰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에는 "동참한다", "현명한 선택이다" 등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68만여명이 가입한 다낭 여행 카페인 '다낭도깨비'에서도 "롯데마트 대신 현지 마트인 빅씨마트, 빈마트 등을 이용하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또 일본 기업이나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 호텔 리스트가 공유됐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리스트 등을 공유하며 '일본 불매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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