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신문기자' 공식트위터
기자가 나오는 사회성 있는 영화인데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한국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게 된 것도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사진=영화 '신문기자' 공식트위터
지난 2017년 가케(加計)학원은 소속 대학교에 수의학부를 만드는 것을 정부로부터 허가받고 지난해 개교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 수의학부 신설 허가가 난 것이 52년 만인 데다가 가케학원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이 시작됐습니다.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겁니다.
당시 6월 모치즈키 기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때 이와 관련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가 장관의 답변이 부실하다고 생각되자 이후 모치즈키 기자는 무려 23번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이 일로 그는 화제가 됐지만 정부의 눈 밖에 났습니다. 이후에도 모치즈키가 정부에 민감한 내용의 질문을 계속하자 정부 측은 '사실 오인으로 인한 질문을 거듭해 기자회견의 의미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공유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항의문을 기자단에 전했고, 도쿄신문에도 '확정되지 않은 일, 단순한 추측에 근거한 질문으로 국민에게 오해를 부르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로 항의문을 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NYT 기사도 이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영화 '신문기자'에 나오는 '눈이 가려진 양' 모습을 올린 한 트위터 사용자. 이는 맹목적인 사람들을 상징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일본사회는 우경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 역시 근래 오른쪽으로 치우칩니다. 이 배경에는 정부 영향력 확대가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올해 4월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일본은 67위를 기록했습니다. 아베 정권 2차집권 이전(2011년 32위)에 비하면 큰 폭으로 추락한 것입니다. 지난달 유엔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케이는 "일본에서 정부 당국자가 기자에게 직·간접적 압력을 가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일본언론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지난해 말 일본 대표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자신들의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관련해 공식 표기법을 바꾼 일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forced laborers'(강제징용자)는 'wartime laborers'(전시노동자)로 바뀌었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설명에서도 'forced'(강제)라는 표현이 빠졌습니다.
올해 1월 로이터통신 일본판은 이와 관련해 재팬타임스 내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칼럼니스트의 연재를 끊은 뒤 정부쪽 광고가 부쩍 늘었다"는 말이 나왔다는 뒷얘기를 전했습니다. 기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논조 변경을 했다고 통신은 해석했습니다. 물론 재팬타임스는 정부의 압력설을 부인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호세이대학의 벳푸 미나코 미디어사회학 교수는 몇몇 미디어가 눈치를 보며 정권 쪽에 맞춰 논조를 바꾸고 있다면서 "최근 수년간 갑자기 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비판적인 영화 '신문기자'도 제작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경제지 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반정부 이미지가 붙는 것을 꺼려해 출연을 고사했고, 결국 한국배우 심은경 씨에게 역할이 돌아갔습니다. 제작진을 구성할 때도 "TV업계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며 거절한 경우가 있고, 참여자 중에도 "엔딩크레딧에서 빼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영화 '신문기자' 홈페이지
하지만 영화는 흥행순위보다 온라인 인기도(야후재팬 7위)가 더 높은 정도로 나이 어린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심은경 씨는 현지 영화전문 사이트 '에이가닷컴'의 배우·감독 인기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본 후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반응을 나타냅니다. 트위터에서는 "일본에서 민주주의는 형태만 있으면 돼"라는 영화대사가 많이 보입니다. 역사문제, 개헌론 등에서 뚜럿한 우경화 모습을 띠는 일본사회에 영화 '신문기자'의 의미 있는 흥행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