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다 불행으로 끝나는 이유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2019.07.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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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것도 돈과 성공이 삶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복을 좇다 오히려 불행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2011년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까?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것의 역설적 효과’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간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행복을 좇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을 패배감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행복에 더 많은 가치를 둘수록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연애할 때 몰랐던 서로의 성격 차이와 습관. 부모님 문제 등이 노출되며 갈등이 깊어진다. 행복한 결혼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현실 결혼생활에 대한 실망도 커진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Emili Esfahani Smith)는 2017년 4월 ‘삶에는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제목의 TED 강연에서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춰도 삶의 의미가 없으면 만족스럽지 않고 허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심리학적으로 행복이란 안정감 있고 편안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를 말한다. 요약하면 행복은 좋은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분은 쉽게 바뀌기에 우리는 행복했다가도 금세 짜증이 나면서 불행해진다.

반면 의미란,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에 따르면, 누군가와 유대감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위해 봉사하며 자기 안에 있는 최고를 발전시킬 때 얻어지는 것이다.


행복을 목적으로 두고 살면 어려움이 닥쳐 삶의 조건이 행복의 기준에 미달할 때 인생이 실패했다고 느끼지만 의미를 추구하고 살면 고난을 당해도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때문에 스미스는 삶의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당하든 더 회복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한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스미스는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을 크게 4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스미스는 “나를 있는 그대로 가치 있다고 인정해주고 나 역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진실한 친구가 살아가는 의미가 된다는 설명이다.

삶의 의미가 되는 유대감은 나 자체로 인정받고 다른 사람을 그 자체로 인정할 때 생겨난다. 이런 유대감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반면 어떤 공통된 이익이나 신념 등으로 맺어진 관계는 나 자체가 가치 있게 평가 받는게 아니기 때문에 삶의 의미가 되는 유대감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둘째, 내 것을 내놓아 이루고자 하는 목적=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적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어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될 때 삶에 의미가 생긴다. 이러한 목적이 삶에 의미를 주는 이유는 내가 어떤 사람들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기여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일을 하며 보내기 때문에 일은 목적을 이루는 주요한 통로다. 따라서 일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돈벌이가 없다는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문제다. 자신이 기여할 일이 없으면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할 수 없을 때 방황하고 무기력해진다. 목적이란 가치 있다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이며 이 목적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이유가 우리를 앞으로 전진하게 만든다.

셋째, 나를 넘어서는 초월적 경험=우리는 종종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좀 더 높은 차원의 세계와 연결돼 있는 듯한 순간을 경험한다. 이를 초월성이라고 한다. 위대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장엄한 자연 경관에 맞닥뜨릴 때, 종교 행사에 참여할 때, 깊은 명상에 빠질 때, 혹은 무슨 일에 정신 없이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벗어나는 경험을 한다. 스미스는 글을 쓸 때 시간도, 장소도 모두 잊어버린 채 온전히 몰입해 초월성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초월성이 삶에 의미를 주는 이유는 우리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는 더 큰 존재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작음을 깨닫고 눈에 보이는 이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결과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유익으로 시야를 넓히게 된다.

실제로 2015년 버클리대학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외심을 느낄 때 “자신의 지식을 뛰어넘는 광대한 어떤 존재를 느꼈다.” 또 학생들에게 200피트(61미터) 높이의 유칼립투스 나무를 1분 동안 바라보게 했더니 자기 중심적 성향이 줄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

넷째,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스토리텔링=우리의 삶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의 삶을 이런 일들의 단순한 나열로 보면 어떤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일어난 일들을 찬찬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해석하고 사건들을 재구성하면서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만들면 의미가 생긴다.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으면 오늘날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이런 모습으로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차분히 살펴보며 그간 일어난 일들이 어떻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 속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겪은 일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스토리로 만들어가면 부끄럽고 아픈 과거도 감싸안으며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지혜를 얻게 된다. 스토리텔링은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 자체이기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하다.

행복은 변덕스러운 기분이다. 왔다 가는 바람과 같다. 하지만 의미는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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