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김성준·강지환... 다 가진 남자들이 도대체 왜?

머니투데이 이호길 인턴기자, 류원혜 인턴기자 2019.07.2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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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강지환, 김성준 등 잇단 성범죄…전문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중독 증상일 수도"

왼쪽부터 프로농구 선수 정병국(35), 김성준 전 SBS 앵커(55), 배우 강지환(42)/사진=뉴시스, SBS제공, 홍봉진기자왼쪽부터 프로농구 선수 정병국(35), 김성준 전 SBS 앵커(55), 배우 강지환(42)/사진=뉴시스, SBS제공, 홍봉진기자


프로농구 선수 정병국(35)이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수차례 음란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불명예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대중의 충격은 가시질 않고 있다. 사회적 지위를 갖춘 남성들이 연이어 성범죄를 일으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범죄에 "유명인으로서 모범이 돼야 한다는 압력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비상식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만 수차례 음란행위"…정병국, 결국 은퇴한다
전자랜드 엘리펀츠 소속의 프로농구 선수 정병국은 지난 4일 오전 6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바지를 내린 채 길 가는 여성을 보면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연(公然) 음란행위'란 공공연하게 음란행위를 해 성적 도덕 감정을 해치는 것이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정병국으로 특정한 뒤 지난 17일 오후 부평구 한 체육관 주차장에서 그를 체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병국은 이날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전자랜드 구단을 통해 "이유 불문하고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구단 및 KBL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더 이상 누가 되지 않도록 은퇴를 하겠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 횟수가 여러 차례인 데다,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수차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된 인천 전자랜드 정병국 선수(35)가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수차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된 인천 전자랜드 정병국 선수(35)가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정병국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이 있는 유명 선수인 데다 범행 장소가 청소년들도 많이 찾는 도심 한복판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위에 대한 충격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김성준 전 SBS앵커, 지하철역에서 여성 불법 촬영…"술 마시고 실수"
김성준(55) 전 SBS 앵커도 지난 3일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사회적으로 유명세를 갖춘 언론인이었던 그의 성범죄 소식에 대중들은 믿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김성준은 뉴스에서 불법 촬영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8일 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김성준을 입건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성준은 지난 3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시민이 범행을 목격하고 피해자에게 알린 뒤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을 벗어나 도주하던 김성준은 지하철 출입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김성준은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그의 휴대전화에서 여성을 촬영한 사진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성준은 "평소 사진 찍기가 취미인데 술을 지나치게 마신 상태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BS 측은 "김성준 앵커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고 지난 8일 사표가 수리됐다"고 전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김성준은 1991년 SBS 공채 1기 기자로 입사해 보도국 기자를 거쳐 보도국 앵커, 보도본부장까지 맡아 사회적인 지위가 높았다. 2011년 3월21일부터 2014년 12월31일까지는 'SBS 8 뉴스' 메인 앵커로도 활동했다.

◇강지환, 성폭행 혐의→드라마 배우 교체→검찰조사

배우 강지환(42·조태규)도 성범죄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18일 여성 스태프 2명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준강간 등)로 강지환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2일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 상태로 조사해왔다. 강씨는 사건 당일 긴급 체포된 직후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구속 이후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강씨는 지난 15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9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촬영 스태프 A씨, B씨와 술을 마셨다. 이후 자고 있던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40분쯤 자신의 친구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며 신고를 부탁했다.

A씨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와 B씨로부터 진술을 확보하고 같은 날 밤 10시50분쯤 강씨를 광주 오포읍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이에 따라 강지환이 주연을 맡아 지난 6월부터 방영 중인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조선생존기'에도 불똥이 튀었다. 당시 TV조선 측은 남은 방송을 모두 휴방 조치했고 주연배우였던 강지환을 다른 배우로 교체했다.

강지환은 2002년 데뷔해 2009년 제46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인지도가 높은 대표 남배우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의 성범죄 소식은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들 외에 고위 공직자의 성범죄도 있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2014년 8월 제주시의 도로변에서 다섯 차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17년 7월에는 당시 서울동부지법 소속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전문가 "남들을 보는 '나'와 실제 내 모습이 다르면 스트레스…조절할 수 없을 땐 비상식적 행동"

사회적 지위를 갖춘 남성들의 성범죄는 비단 유명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이들의 행동이 외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 영향으로 욕구를 잘못된 방식으로 분출한다고 분석했다. 또 성적인 일탈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중은 이들을 높은 수준의 사회적 눈높이로 바라보는데, 이와 달리 그릇된 행동에서 만족감을 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범죄는 유명인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예방을 위한 사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페르소나(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와 실제 자신의 모습이 동일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생긴다"면서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상에 빠진다. 현실과 공상의 괴리감이 커지면 은밀한 세계, 성적 쾌감의 분출을 통해 긴장감을 이완한다. 이를 조절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면 비상식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프로파일러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추구하는 중독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업이 좋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후광효과'가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남들을 감쪽같이 속였을 때 쾌감을 얻을 수 있고, 이는 상습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성범죄는 유명인의 일탈만이 문제라는 시각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경계했다. 오 교수는 "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알려졌지만, 내면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포장된 모습만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나면 대중들은 더욱 배신감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예방적 대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하철역 등에 '불법 촬영 금지' 등의 문구보다 더 강력한 문구를 비치해야 한다"며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부착된 담뱃갑 경고 문구처럼, 강력하고 눈에 잘 들어오는 캠페인으로 성범죄 등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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