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 비판에 박훈 "치졸한 공범자의 자백"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7.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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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아주 기분 더러운 날. 권력 잡은 치졸한 공범자"

손정은 아나운서와 박훈 변호사/사진=뉴스1손정은 아나운서와 박훈 변호사/사진=뉴스1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사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서울고용노동청에 '1호 진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손 아나운서가 이를 '언론플레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박훈 변호사는 "치졸한 공범자의 자백"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손 아나운서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 너희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6년 3월 있었던 사측의 부당 인사발령 당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짐을 쌌고 그 다음 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 했다. 회사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너희들은 실제로 내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고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기특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 모습이 더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고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인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 글을 본 박훈 변호사는 같은 날 두 차례에 걸쳐 손정은 아나운서의 글을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부역자들은 부당해고 당해도 싸다는 이 저렴한 논리가 MBC 내부에서 드디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며 "신동호는 내치지 못하고 신동호가 채용한 새내기 아나운서들에게 복수하고 있는 저열한 인간들"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다른 글에서 박 변호사는 "손정은 아나운서의 '부역자 보복론'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내가 한때 '파업부흥사'로 이름 날릴 때 파업투쟁에서 견결한 '노숙' 투쟁을 찬양하고 파업 동력을 끊어 버리는 '배신자'는 단호히 응징하라 선동 했다. 그것은 상대가 급이 있을 때 이야기고 난 그들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으며 무력 충돌도 불사했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그들에게 부화뇌동하고, 가압류 손배가 무서워 어쩔수 없이 간 예전의 동지들에게는 무한한 연민의 정을 보냈다"며 "전쟁터 뒤의 수습에서 '배신자'는 단호 척결하지 못하고, 그 나약한 '부역자'들만 가혹하게 응징했던 이 더러운 한국 역사의 전통은 해고자 출신 최승호가 MBC 사장이됐어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권력을 잡은 자들의 치졸한 '공범자'들의 '자백'을 난 손정은 아나운서의 글에서 봤다. 오늘은 아주 기분 더러운 날이다"라며 글을 마쳤다.

앞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16일 오전 9시 서울고용노동청을 찾아 업무 시작과 동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법원 판결로 복직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아나운서들은 MBC가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던 2016~2017년 당시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며 경영진이 교체됐고 이들은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해고된 아나운서들은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5월 가처분 사건에서 승소했다. 본안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다. 가처분 결정에 따라 아나운서들은 같은 달 27일부터 MBC 상암 사옥으로 출근했으나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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