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성폭력 문제를 빚은 한 교수 사무실에 학생들의 항의 포스트잇과 문구가 붙었다..사진=뉴스1
◇"성차별 표현에 바로 지적 들어왔죠"…달라진 일상 풍경
학생들의 '일상'부터 달라졌다. 친구들끼리 있을 때도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조심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립대학교에 다니는 김민호씨(27)는 "동성(남성)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한 친구가 성차별적 표현을 했는데 바로 타박이 나왔다. 이성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적극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조형대학 J교수 즉각파면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학내 성폭력 문화를 무너뜨린다는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성희롱 우려가 있는 대학 놀이문화도 사라지는 추세다. 김민호씨는 "입학했을 때만 해도 폭음 문화를 비롯해 동의 없는 러브샷 벌칙 같은 게 많았는데, 요즘은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금전적 이유 등으로 MT에서 남녀 학생들이 한 방에서 함께 자던 관행도 최근 대부분 사라졌다.
페미니즘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먼저 성폭력·성희롱을 저지른 이들을 대자보 등으로 적극 고발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이는 실제로 그들을 직위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갑질 성추행'에 대한 학생들의 끈질긴 문제제기 끝에 직위해제를 당하고 지난달 검찰에 피소당한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그 예다.
전국 14개 대학생 단체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스1
페미니즘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동아리도 많이 등장했다. 중앙대학교 인문대학 페미니즘 동아리 '바리' 공동대표 김홍윤씨(22)는 "동아리 출범 이후 '학교가 좀 더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성차별을 감시하고, 구성원들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페미니즘의 공론화와 함께 직접참여 의지도 높아져 여러 학교에서 페미니즘 동아리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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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 '백래시'도…"페미니즘 영향력 크다는 방증"
반면 일부 학생들의 백래시(변화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부는 '총여학생회 폐지' 흐름이 대표적이다. 올 1월 연세대학교를 끝으로 서울권에서 총여학생회는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페미니즘 관련 대자보 훼손도 빈번하다. 지난 5월 중앙대학교에서는 남학생 세 명이 페미니즘 대자보 10여 장을 훼손해 동작경찰서가 수사에 나선 일도 있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페미니스트들 시위에 테러 터졌으면" "소수자·연대·여성 등 단체 소속은 무조건 피하라" 등 익명성에 기댄 수위 높은 발언까지 나온다. 페미니즘이 대학문화를 상당히 바꿨지만, 모든 구성원이 그에 동의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관련기사: "동성애자 싫으면 '좋아요'" 온라인 혐오에 물든 대학가)
지난 5월 페미니즘 대자보 10여장을 훼손한 일부 남학생들이 찍힌 CCTV 화면. 동작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태다./사진=중앙대학교 반성폭력반성매매모임 '반' SNS
이어 백래시를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득권을 지적당했을 때 비로소 '특권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작용한 것"이라며 "백래시가 강한 것은 그만큼 페미니즘이 끼친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