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깜짝인하'에도 증시 안 오르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이태성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9.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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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1.75%에서 1.50%로 인하…"시기는 빨랐지만 인하 기정사실화 상태…대외변수가 더 중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시기가 문제였을 뿐, 금리 인하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던 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18일 한국은행은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한 건 2016년 6월 이후 3년 만이다. 이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금리인하 후 발표한 통화정책결정문에서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4월 전망치(2.5%)를 하회하는 2%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8월로 예측해왔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신인석 위원이 인하 의견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던 만큼 2명의 소수의견이 나오고, 경제전망이 하향되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봤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까지 겹치면서 한은이 금리 깜짝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금리 인하 이슈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오전 10시를 전후해 투자심리가 소폭 개선되면서 반등, 0.01% 오른 2073.20포인트를 찍기도 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전 11시44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68포인트(0.32%) 내린 2066.24를 나타내고 있다. 시초가와 큰 차이가 없다.


이와 관련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빨랐지만,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이냐 8월이냐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웠다"며 "경기 부양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한국 경기가 취약한데다 대외 경기 불안 등이 여전해 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일시적으로 미국보다 발빠른 금리 인하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경우 증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 특성 상 대내 금리 인하 이슈가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전통적으로 적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산업구조가 수출 위주인만큼 증시를 흔드는 외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대외변수"라며 "정부 정책은 환율, 기업실적보다 중요도가 낮다. 금리 인하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살짝 반등했다 다시 내려간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시장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이슈는 미중 무역분쟁이고 다음이 일본 수출규제"라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은 노출된 악재인만큼 이로 인해 시장이 급락하는 일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경기 부진을 뜻하는 것인만큼 호재로 인식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금리 인하 자체가 실물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가 시장 밸류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미중 분쟁이나 일본 등 외부변수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금리 인하 약발이 듣지 않는 이유로는 경기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꼽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미국은 경기 자체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보험적 성격으로 금리 인하가 검토되는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는 한국 경기가 안 좋다는 사실을 후행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에 불과해 주가 오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채권시장 역시 자금이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채권도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아야 수익이 나는데 1%대 저금리로는 이득 보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자금 움직임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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