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일제 불매운동'은 한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7.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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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고 안 판다"…각계각층으로 번지는 일제 불매운동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제품, 안 사고 안 팔겠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일제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보름. 반일 감정이 점차 고조되며 불매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뛰어들며 '현대판 독립운동'이 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19세 이상 성인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다는 응답자는 54.6%였다. '현재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 대비 6.2% 포인트 감소한 39.4%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은 숨겨진 일본 브랜드를 찾아내 불매 목록에 추가하고 있다. 불매운동 대상은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유명 일본 브랜드에 이어 의약품, 가전제품, 학습지 등 다양한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누리꾼 사이에선 일본 제품과 이를 대체할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노노재팬' 사이트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18일 오전 노노재팬 사이트에는 많은 이용자가 몰려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 일제 불매운동의 열기가 더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일본 관광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취소 수수료를 감수하면서도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왔다. 13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일본여행카페 '네일동'은 지난 17일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임시 휴면에 들어갔다.

판매자들도 이번 불매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은 지난 9일부터 매장 내 일본산 제품들을 모두 판매 중지했다. 일본산 제품들이 있던 자리에는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자리 잡았다. 욱일기 위에 '엑스' 표시를 넣은 사진과 'NO Selling, No Buying'(팔지 않고, 사지 않는다), 'Boycott Japan'(보이콧 일본) 등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대구의 한 횟집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맞서 일본 주류 판매를 전면 중지한다"는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내걸어 불매운동 중임을 알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캐리커처와 '아베 신조 OUT'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불매운동에 동참,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판매자들. 왼쪽은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 오른쪽은 대구 한 횟집에 걸린 현수막/사진=온라인 커뮤니티불매운동에 동참,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판매자들. 왼쪽은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 오른쪽은 대구 한 횟집에 걸린 현수막/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일제 불매운동 양상은 특정 제품이나 대표 상품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 관련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며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불매 운동 움직임이 '반짝 불매'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었던 유니클로는 공식 사과를 통해 뒤늦게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지난 17일 "지난 11일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당시 발언은 어려운 상황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들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며 그런 노력을 묵묵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더 오래, 더 많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이어나가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 누리꾼은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제일 쉬운 게 돈 안 쓰는 일이다. 독립운동처럼 목숨 바치는 일도 아닌데 어려울 게 뭐 있냐. 일제는 평생 불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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