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비웃던 '유니클로', 왜 사과했을까?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7.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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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단체 주도 아닌 자발적 참여, 달라진 불매운동…정보 공유하고 SNS서 "쓰지말자"며 '독려'

불매 비웃던 '유니클로', 왜 사과했을까?


"한국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지난 11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재무책임자(CFO)인 오자키 다케시의 말이다. 그는 도쿄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의 일본 불매 운동과 관련, 이 같이 발언했다. 그러면서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 발언은 활활 타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 소비자들을 우습게 본단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SNS를 중심으로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응집하고 독려했다.

그리고 5일 뒤, 유니클로를 한국서 운영하는 FRL코리아가 언론에 관련 입장을 밝혔다.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쳐 사과 드린다"면서. 오자키 CFO 발언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단 뜻이었다"며 꼬릴 내렸다.



하지만 일본 본사가 직접 사과한 게 아닌데다,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린 게 아니라 언론에만 발표한 것이라 '반쪽짜리 사과'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 공분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가 한국서 퇴출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는 분위기다.

유니클로 '반쪽짜리' 사과지만…달라진 불매운동에 긴장
8일 오후 울산시 남구의 한 마트에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8일 오후 울산시 남구의 한 마트에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유니클로가 금세 사과한 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과거와 달라진 걸 감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나아졌다는 것.

특히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부분에서 더 그렇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 지정 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가장 활발했는데, 그 때도 이정도는 아녔다"며 "그 땐 시민단체 주도로 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단 점에서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유니클로도 빨리 사과한 이유가 한국 소비자들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 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출이 불매운동 이전과 비교해 17% 감소했다고 전해지는 등(서울신문) 데이터로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제품 리스트 공유하고, 독려하고…SNS의 힘


불매 비웃던 '유니클로', 왜 사과했을까?

스마트폰 사용이 늘고 SNS가 활성화 된 것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그야말로 불매운동을 이끈 주역이다. 일본제품 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공유하면서, "소비하지 말자"고 독려하고 있다.

서 교수는 "SNS를 보니 아사히 맥주를 100만원에 판다고 하더라. 사먹지 말자는 얘기"라며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같이 자연스레 응원하고 하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제품 정보 뿐 아니라 이를 대신할 좋은 제품까지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노노재팬(NoNoJapan)'이란 이름의 사이트다. 그동안 일본 제품인지 모르고 썼거나, 헷갈려했던 소비자들을 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검색하는 것만으로 일본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고, 대체재까지 찾을 수 있다.

서 교수는 "일본에선 한국 불매운동에 대해 뉴스로 생산할 것이고 예전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좀 긴장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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