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서민적 회장님의 두 얼굴… 가사도우미 성폭행 논란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7.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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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동부 회장,강제추행·성폭행 혐의… 2017년 7월 미국 출국 이후 귀국 안해,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

김준기 전동부회장 / 사진제공=뉴시스김준기 전동부회장 / 사진제공=뉴시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5)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피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측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촌 동생이 가사도우미에게 최근까지 여러 번 합의를 종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회장은 2017년에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전까지 '워커홀릭' 회장님으로서 학습욕구가 강하고, 서민적이며 소탈하다는 평을 받은 김 전 회장은, 피해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도착증'이라는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김 전 회장,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회장직에서도 물러나

김 전 회장의 30대 여성 비서 A씨는 2017년 9월11일 강제추행 고소장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은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상습적으로 만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몸을 만지는 장면이 찍힌 스마트폰 영상과 녹취물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A씨는 2014년 초부터 2017년 7월까지 김 전 회장의 비서로 근무했다.



반면 동부그룹 측은 두 사람 사이에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 추행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A씨가 이를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당시 "애초 금전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상황을 연출한 후 증거 영상을 녹화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동부그룹 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동부그룹 창업 48년 만의 일이었다. 업계 안팎에서 여비서 성추행 파문이 불명예 퇴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성폭행 혐의로 또다시 피소… 합의 종용

김 전 회장은 성폭력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5일 가사도우미 B씨가 김 전 회장을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1월 고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6년부터 1년간 가사도우미로 김 전 회장의 남양주 별장에서 일했다. 그는 이때 김 전 회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김 전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직접 녹음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B씨에게 "나 안 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 등의 말을 하며 B씨에게 접근했다. 이 녹취록은 B씨가 직접 녹음했다.

B씨는 "두 번 정도 당하고 나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 측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서로 합의된 관계였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성폭행이 아니었다는 김 전 회장 측의 부인과 달리 김 전 회장 사촌동생이 B씨에게 최근까지 여러 번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JTBC/사진=JTBC
JTBC는 김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모씨가 지난 5월23일 가사도우미 A씨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B씨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며 수차례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으며 집을 찾아갔다.

김씨는 "아줌마 보세요"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하며 "회장님께 국제전화로 상의 드렸더니 판사와 검사가 의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는 한 다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

또 "회장님 변호사들이 공탁금을 걸고 무고와 손해배상으로 고소하면 아줌마는 돈 주고 변호사를 써야할 것"이라면서 "설사 회장님이 유죄가 된다고 해도 아줌마 수입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이 1000만원 내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B씨는 JTBC 측에 "김씨가 편지 다섯통을 보내고 집까지 직접 찾아오거나 수시로 전화해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민적·열정적·워커홀릭 재벌 회장의 두얼굴… B씨측 "성도착증"

김 전 회장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으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났다.

그는 1969년 미륭건설, 1971년 동부고속을 창립해 여타 부잣집 도련님들과는 달리 도전정신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자수성가형 워커홀릭'이던 그는 기업을 규모있게 키워나갔다. 동부그룹은 2013년 기준 재계 순위 13위까지 기업 규모가 커졌다.

동시에 서민적이고 따뜻하다는 평도 받았다. 평소 고등어 조림이나 냉면 등 서민음식을 즐겨먹고, 직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등 소탈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따뜻한 재벌 회장님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신사적인 모습은 그의 단면적 모습일 뿐이었다. B씨 측은 김 전 회장을 "성도착증이 심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홀릭·서민적 회장님의 두 얼굴… 가사도우미 성폭행 논란
B씨의 아들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김 전 회장이 노골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기분 나쁜 성추행 행동들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차가운 눈빛을 하면 '아이쿠! 미안해'라며 얼버무렸다"고 밝혔다. 또 "이런 일들을 관리인에게 울면서 말하기도 했으나 '워낙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해서 그렇지 나쁜 의도는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썼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구입했고 이를 시청했다. 어머니에게 음란물 내용을 말하기도 하는 등의 소리를 늘어놓았다"며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성적인 도착증이 매우 심해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 거야'라는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들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B씨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회장이 외국에서 나가서 한 서너 달 정도 있다가 왔다. 그때 음란 비디오와 책을 가지고 왔다. 나보고 방에 들어가라 하고 본인은 거실에서 TV로 비디오를 봤다”고 했다.

또 “주말에 저녁 준비를 하는데 김 전 회장이 자꾸 와 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안 앉았는데 자꾸 앉으라고 했다. 비디오 내용과 왜 본인이 그런 걸 보는지 이야기하더라. 그리고 성폭행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느 날 김 전 회장이 주말에 ‘뭐 하냐’면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또 비디오를 봤는지 눈이 벌겋고 짐승처럼 보였다. 나도 모르게 막 밀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당장 그만둘 테니까 내 몸에 손도 대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놀라서 나갔다”고 증언했다. B씨는 김 전 회장 측이 사건에 대해 함구하는 조건으로 2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인터폴 적색수배… 기소중지
김 전 회장은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진 지 2일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경찰은 비서 성추행 사건과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을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마칠 수 없을 때, 수사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김 전 회장이 2017년 7월 간과 심장, 신장 등 질병 치료차 미국으로 떠난 이후 귀국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소 중지는 피의자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전 회장에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행방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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