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유부녀가 원하는 건 강간"…피해자 측 국민청원 제기

머니투데이 이호길 인턴기자 2019.07.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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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경제인들은 그냥 잊혀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말해"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사진=뉴시스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사진=뉴시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5)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피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피해자 가족이 김 전 회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누리꾼 A씨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자녀라고 소개한 A씨는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고발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정보지의 광고를 접한 자신의 어머니가 김 전 회장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김 전 회장의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처음에는 김준기가 노골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며 "기분 나쁜 성추행 행동들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차가운 눈빛을 하면 '아이쿠! 미안해'라며 얼버무렸다"고 썼다. 이어 "이런 일들을 관리인에게 울면서 말하기도 했으나 워낙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해서 그렇지 나쁜 의도는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성추행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A씨는 "김준기는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구입했고 이를 시청했다"며 "어머니에게 음란물 내용을 말하기도 하는 등의 소리를 늘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성적인 도착증이 매우 심해 보였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회장이)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 거야'라는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들을 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의 범행이 여러 차례 일어났고, 어머니는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었다고 털어놨다.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청원인은 김 전 회장의 집을 나온 어머니가 회유를 당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김준기와 하수인들은 어머니와 관련 없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며 당시 합의금 명목의 돈을 건넨 정황도 언급했다.


A씨는 "어머니기 저에게 김준기 집에서 당했던 일들을 말하며 법으로 할 수 있게 도와달라 했다"며 "고소를 하면 미국에 있는 김준기를 데려와 금방이라도 법정에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김 전 회장)는 경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고 적었다. 이어 "어머니가 그 집을 나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하면 끝이지만, 경제인들은 그냥 잊혀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희 가족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김준기가 즉시 귀국하여 수사받고 법정에 서는 일"이라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준기를 체포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발 저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16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청와대 관리자의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다.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은 만큼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월 가사도우미부터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2017년에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당했다.

그는 2017년 7월 간과 심장, 신장 등 질병 치료차 미국으로 떠난 이후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전 회장에게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행방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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