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승인 한달 넘길 땐 장기전 가닥…남은 보름이 분수령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7.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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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시행 13일째 허가 1건도 없어…"승인 늦어지면 사실상 금수조치 대비해야"

日 수출승인 한달 넘길 땐 장기전 가닥…남은 보름이 분수령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승인이 13일째 미뤄진 상황에서 이달 말까지 남은 보름 가량이 사태 장기화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에도 수출 승인이 지연된다면 사실상 일본의 금수(禁輸) 조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수출규제를 시작한 후 일본 소재기업들이 수십 건의 수출신청서를 제출했지만 1건도 허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주일 정도면 절차가 마무리된 데 비해 규제 영향이 상당하다"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심사기간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상황을 지켜보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밝힌 통상절차 소요 기간은 90일이다. 다만 일본 통상절차를 고려할 때 개별 건마다 수출규제 심사를 거친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한 달 정도면 허가가 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화이트리스트'(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는 우대국가)에 포함되지 않는 중국도 한달에서 한 달반 정도면 심사절차가 완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규제 시행 직후 신청한 수출 건의 경우 이달 말 전후로 허가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 심사가 늦어지면 일본 정부가 장기전으로 끌고가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달 말까지 남은 기간에 크고 작은 고비가 적잖다는 점이다. 오는 18일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온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제3국 중재위원회'를 제안하면서 못박은 답변시한이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 삼권분립 원칙을 내세워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21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도 변수다. 선거결과에 따라 아베 정권이 '한국 때리기' 강도를 조절할 전망이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에 그쳤지만 수출규제에 대해선 타당하다는 응답자가 56%에 달했다.

23, 24일엔 WTO(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를 놓고 한일 양국이 격돌한다. 일본은 24일까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대한 의견 수렴도 마무리한다. 이후 각료회의를 거쳐 의결, 공포할 경우 3주 뒤인 다음달 중후반 시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는 아직까지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모두 차질 없이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난 4일 전후로 2~3달 분량의 핵심소재를 추가 확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업계에선 국내와 중국, 대만, 러시아 등 일본 외 업체를 통해 대체 소재를 물색하지만 일본 업체 수준의 고품질 소재를 찾는다고 해도 공정 테스트에만 2달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율 DB금융투자 산업분석팀장은 "반도체 미세공정에서는 재료 하나만 바꿔도 수율(합격품 비율)이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소재를 대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가 굉장히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정기간이 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메모리반도체 시황 둔화로 반도체 완제품 재고가 쌓여 신규 생산이 일시 중단돼도 버틸만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얘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도체공정은 24시간 가동체제로 제품에 따라 600여개 안팎의 공정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원재료 오염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산을 멈췄다가 재가동할 경우 수율과 품질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지난해 3월 30분 동안 정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 규모만 500억원 가량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지난달 15일 정전으로 가동 중단됐다가 여전히 완전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반도체 공정 특성 때문"이라며 "일본 핵심소재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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