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써서 버린 돈 '2,272,400,000,000원'

머니투데이 추우진 인턴기자, 한고은 기자 2019.07.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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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상반기 손상화폐 대체비용 483억…부적절한 보관 등 주요 원인

주요 손상화폐 교환사례. /자료=한국은행주요 손상화폐 교환사례. /자료=한국은행


#서울에 사는 엄모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이 전자레인지에 넣어 훼손된 620만원을 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꿨다. 대구에 사는 권모씨는 세탁기 밑에 보관하던 아들 결혼자금 1264만원이 물에 젖어 새 지폐로 교환했다.

16일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사용자 부주의 등으로 못 쓰게 된 손상화폐규모가 2조272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장수로는 3억5000만장에 이른다. 손상화폐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2조2399억원(3억1000만장)에 비해 늘었다.



폐기된 손상화폐 중 지폐(은행권)는 3억3000만장, 동전(주화)은 1340만개였다. 액면금액으로는 각각 2조 2712억원, 12억원이다.

가장 많이 폐기된 지폐는 1만원권이다. 총 1억8000만장이 폐기됐다. 이어 1000원권 1억3000만장(39.3%), 5000원권 2000만장(5.4%), 5만원권 1000만장(1.6%) 순으로 폐기량이 많았다.



동전폐기량은 10원화 600만개(44.9%), 100원화 470만개(35.3%), 50원화 150만개(11.4%), 500원화 110만개(8.4%) 순으로 많았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폐기된 손상화폐만큼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경우 48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 상반기 중 한은 화폐교환 창구를 통해 국민들이 교환한 손상화폐는 36억2000만원으로, 작년 하반기에 비해 5억8000만원 늘었다. 지폐는 12억9000만원, 동전은 23억3000만원을 바꿔갔다.


지폐 교환액 중 5만원권이 10억4000만원으로 전체 지폐 교환액의 80.1%를 차지했다. 1만원권, 1000원권, 5000원권의 교환액은 각각 2억3000만원, 2000억원,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손상사유로는 장판 밑 눌림,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에 의한 경우가 5억8000만원으로 전체 교환액의 39.5%를 차지했다. 건수로는 1054건에 달했다.

화재로 인한 손실은 4억8000만원이었으며,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로 인해 손상된 금액은 2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한은에 교환 의뢰된 손상지폐 액면금액은 14억2000만원이었다. 이중 실제로 교환 받은 금액은 12억9000만원이었다. 손상지폐 교환 기준에 따라 일부만 교환받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손상된 지폐의 면적이 75% 이상 남아있을 경우에는 전액으로 교환받을 수 있지만, 면적이 40%이상 75%미만 남아있는 경우에는 액면가의 절반만 교환받을 수 있다. 40% 미만일 경우는 교환이 불가능하다.

한은 관계자는 "불에 탄 은행권은 붙어있는 재 부분까지 남아있는 면적으로 인정한다"며 "불에 탄 상태 그대로 원래의 모습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재를 털어내거나 쓸어내지 말고 상자나 용기에 담아 운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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