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그 이후

머니투데이 홍정표 부장 2019.07.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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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그 이후


"전 국민이 부동산전문가가 되면서 정책 발표 후 며칠만 지나면 허점이 발견돼요. 의도와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이상 규제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최근 만난 정부기관 관계자는 잦은 부동산 정책 발표로 시장 왜곡이 심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규제 일변도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부작용을 키워 결국 피해는 서민과 중산층의 몫이 될 수 있단 취지다.



2년전 다주택자들에 대한 집중 규제방안이 나오자 '똘똘한 한 채’ 신드롬이 일며 서울 등 주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1주택자에 대해선 규제가 느슨한 점을 간파한 이들이 투자가치가 낮은 주택은 팔고 강남을 비롯한 서울 소재 주택 매수에 집중한 탓이다. 부동산 양극화 심화로 상대적 박탈감은 커졌다.

전월세 안정 및 세입자 보호 등을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하자 매물 잠김이 심해져 1~2채의 거래로 지역 일대 집값이 요동쳤다. 임대주택 등록 시 연간 임대료 인상률이 5% 내외로 묶이지만 종합부동산세 합산 및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등 세금혜택이 커 사업자 등록이 늘어난 결과다.



정부가 다시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자 이번엔 부동산투자 법인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일반 개인은 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으로 대출이 막혔지만 법인은 부동산가격의 약 80%에 달하는 자금을 빌리는데 제약이 없다. 핵심 부동산 규제인 양도세 중과도 받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자 정부가 이번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분양가가 3.3㎡당 267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1.02% 오르자,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 올리고 있단 판단에서다.

그간의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한 것처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보는 시선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단기적으론 가격이 안정될 수 있지만, 공급 물량이 크게 줄면 3~5년 뒤 가격 폭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 규제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들은 분양을 늦추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신규 주택 공급이 급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경우는 1970년 후반을 비롯해 2007년까지 총 세 번이다. 시행 후 몇 년 뒤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공급 부족 탓이다.
'로또청약' 당첨을 위해 무주택자들은 청약 가점을 높이는데 혈안이다. 선호도가 높은 규제지역 전용 85㎡이하 주택은 가점제 적용비율이 100%다(전용 85㎡ 초과 주택 가점제 비율은 50%). 청약가점 중 무주택기간(32점 만점)과 부양가족수(35점 만점) 비중이 높아 로또청약을 바란다면 당첨 시까지 주택을 보유해선 안된다.

결국 로또청약 대기자로 인해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실수요자가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동안 전세가격이 오르고 다시 전세와 매매가의 차이가 좁혀지면 잠잠했던 갭투자도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갭 투자 방식이 1년 전과는 달라진 것은 주체가 개인에서 '법인을 가장한 개인'으로 바뀌는 것뿐이다. 전세값 상승은 다시 기존 주택가격을 끌어 올리는 악순환을 연출한다.

규제 일변도 정책은 부작용을 낳고, 시장을 왜곡한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다. 과연 이에 대한 비책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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