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대폭락 재현? 공매도 대기물량 최고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7.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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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잔고 30억8000만주 역대 최고, 공매도도 증가세…투자심리 악화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인기자


주식을 빌려서 투자하는 대차거래가 지난해 10월 '대폭락장' 이상으로 높아졌다. 빌린 주식을 파는 공매도 물량 역시 지난해 10월 수준까지 올라왔다.

통상 대차거래와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하거나 하락장이 예상될 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감소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과거 대폭락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대차잔고는 지난 11일 30억8182만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지난 12일에는 이보다 소폭 감소한 30억8076만주를 유지했다.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해 10월 대차잔고는 최고 29억5932만주(10월30일)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세였지만 지난 3월 26억주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더니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수준을 넘어섰다.



잔고 주식에 종가를 곱해 계산한 대차잔고 금액은 지난 12일 67조9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70조~80조원 수준보다는 줄었지만 이는 주가 하락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차잔고 주식이 늘어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잔고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대차잔고는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이다. 대차거래는 시장에서 매매 결제나 차익·헤지거래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주로 공매도를 위한 경우가 많아 공매도 대기물량으로 간주된다.

대차거래가 늘면서 공매도 물량도 최근 증가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3억7432만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최고였던 3억8804만주(10월22일)에 근접한 물량이다.


대차잔고와 공매도의 증가는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되사 수익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은 업종 위주로 대차잔고가 급증했다. 임상 실패와 인보사 사태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코스닥 제약업종의 대차잔고는 지난해 말 6000만주에서 지난 12일 1억179만주로 69.7% 증가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도 같은 기간 7335만주에서 8867만주로 21% 늘었다.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한 신라젠 (4,445원 ▼65 -1.44%)은 대차잔고가 2140만주에서 3040만주로 42% 늘었고 공매도 잔고도 812만주에서 1144만주로 40.9% 증가했다.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 역시 대차잔고와 공매도 잔고가 올해 각각 16.7%, 12.6% 늘었다.

업황 부진 우려가 깊어진 반도체 업종의 대차잔고는 지난해 말 7964만주에서 올해 1억3368만주로 68% 증가했다. 코스피에서는 주가가 부진한 통신업과 보험업의 대차잔고가 지난해말 대비 70% 이상 상승했다.

대차잔고와 공매도가 대폭락을 경험했던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주가 하락 우려도 커진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새로운 이슈로 불거졌고,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부진과 바이오 투자심리 악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현재 한국 증시에는 뚜렷한 매수 주체도 없고 잠재 불안요소를 해소할 만한 기대 요인이 적어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들이 확산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심리는 바닥을 기고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대폭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위한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양호한 실적"이라며 "코스피는 당분간 박스권 형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난해처럼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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