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일본서 귀국하자마자 사장단에 당부한 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7.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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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미중갈등 불씨·삼바 검찰 수사 등 위기감 고조…반도체 핵심소재 긴급물량 확보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밤 일본의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한 5박6일 동안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밤 일본의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한 5박6일 동안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 귀국 다음날인 지난 13일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비상대책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우방국)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일본 현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휴대폰·TV 대책도 당부…韓日 확전 염두 = 14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오후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의 한 사업장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최고경영진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진에 '컨틴전시 플랜'(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확대할 경우 현재 규제품목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외에 휴대폰, TV 등 영향권에 들어갈 들어갈 수 있는 다른 부문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 대내외 위기에 직접 진두지휘…"긴급물량 확보한 듯" = 회의에는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주말에 사장단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달 1일 이후 한달반만이다.

사장단회의 같은 형식적인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 부회장의 평소 성향을 감안하면 최근 이 부회장 등 경영진이 체감하는 위기감을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귀국 직후 긴급 사장단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서도 최근 대내외 상황을 유례 없는 위기로 인식,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에 불참하면서 일본 출장을 이어간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라며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 등으로 리더십 마비 우려까지 나오자 광폭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근 삼성전자가 일본이 수출규제 중인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와 관련한 긴급 물량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단 다급한 불은 어느 정도 끈 것으로 안다"며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국, 대만, 러시아 등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국내 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靑·정부 '핫라인' 회동 관측…출장 결과 공유 =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조만간 청와대나 정부 고위 인사와 비공개 회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대 그룹 총수 중에선 유일하게 지난 10일 청와대 간담회에 빠졌던 데다 일본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고 귀국한 만큼 홍남기 경제부총리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문 대통령이 당부한 '핫라인'과 출장 결과를 공유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12일 5박6일 동안의 일본 출장에서 미쓰비시UFJ파이낸스그룹을 비롯해 일본 4대 대형은행 가운데 3곳 임원진을 만나 다음달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일본 정재계에 영향이 큰 금융회사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삼성의 입장과 해법을 전했다는 해석이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소재를 만드는 스미토모화학의 자매사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경영진도 이 부회장의 접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자외선(EUV) 공정에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일본 JSR의 대주주 브리지스톤 경영진과 만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리지스톤 오너 가문은 하토야마 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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