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 과방위엔 '유령'이 산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9.07.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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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회 과방위엔 '유령'이 산다


'유령'은 죽은 뒤에도 구천을 떠도는 혼령이다. 과학적 실체는 없지만 사람들 다수가 '유령'을 믿고, 또 거론하게 되면 우리 주변에서 존재하는 대상이 돼 버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도 이런 '유령'이 있다. 지난해 6월 수명을 다하고 사라졌지만 유독 과방위에서만 그 부활이 거론되며 실체 없이 떠돈다.



바로 유료방송 업계를 가입자 기반으로 규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합산규제)'다.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5년 당시 시장을 휩쓸었던 KT (34,100원 ▼550 -1.59%)를 견제하기 위해 3년 한시법으로 시행됐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일몰돼 폐기됐다.

제도 도입 당시엔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됐던 규제였다. 하지만 그 후 3~4년여간 미디어 시장은 급격하게 변했다. 글로벌 공룡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발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이 국내 상륙한지 오래고, 플랫폼보단 콘텐츠 가치가 높아진 환경이 조성됐다. LG유플러스 (9,750원 ▼30 -0.31%)CJ헬로 (3,375원 ▲20 +0.60%) 인수 추진, SK텔레콤 (51,000원 ▼100 -0.20%)과 SK브로드밴드의 지상파 합작 OTT '푹'과 SO(케이블TV) 티브로드 합병 추진 등 국내 업체들은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산규제는 오히려 국내업체에만 족쇄를 채우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사전 점유율 규제를 대신할 유료방송 사후 규제 방안도 논의되고 있어 더더욱 합산규제가 설 자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산규제는 "언제든지 부활시킬 수 있다" 는 유료방송 업계 압박 카드로 과방위를 1년 넘게 떠돌며 시장의 자발적 산업재편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2일 진행된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소위원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합산규제를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이다. 한달 후 새로운 사후규제 방안도 마련한다는 국회와 정부의 의지도 이날 확인됐다. 1년 넘게 떠도는 과방위의 실체없는 유령을 퇴치하고, 미래지향적인 유료방송 시장 환경이 한 달 후에는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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