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일본 여행 감소로 인한 실적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LCC 기준 일본 노선의 비중이 대형 항공사에 비해 더 큰 탓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2분기 및 3분기 LCC들의 실적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LCC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입성한 제주항공 (10,740원 ▼250 -2.27%)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항공 일본 노선 차지하는 부분 커=제주항공은 애경그룹 계열의 국내 LCC로 2005년 8월25일 정기항공운송사업면허 및 노선개설면허를 취득하고 국내 및 국제항공 여객운송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015년 11월 LCC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김포-제주를 비롯한 국내선과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태국, 베트남, 대양주(괌,사이판) 등 아시아 주요 도시 72개 이상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방공항에서 항공편을 늘려나가면서 도쿄·오사카 등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노선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일본 소도시를 연결하는 실험적인 노선도 활발하게 발굴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대구-나리타, 무안-오사카 노선을 신설했다. 더불어 인천과 무안에서 일본의 지방 도시인 가고시마를 연결하는 노선도 개설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신규 취항한 22개 노선 중 일본을 연결한 노선은 5개였다.
현재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일본 도시는 오사카, 가고시마, 후쿠오카, 마쓰야마, 오키나와, 나고야, 시즈오카, 도쿄, 삿포로 등 9개 도시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일본 노선에서만 933억원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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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에 여행자 감소 우려…주가 '뚝'=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관광객은 750만명으로 6조4000억원을 썼다. 반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일본인은 295만명으로 2조6000억원을 썼다. 산술적으로 한국인 관광객 숫자나 소비액이 일본인의 2배가 넘는다. 일본내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 관광객 비중은 24%로 중국인(27%)에 이어 2위로 높다.
이에 일본의 경제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이 일본 여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오사카와 후쿠오카, 기타큐슈 등 비 도쿄지역을 찾는 만큼 관광수요가 줄어들면 이들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는 선거를 앞둔 아베 행정부에 적잖은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달 들어 하나투어의 일본상품 신규예약은 평시보다 400여명 가량 줄었다. 모두투어 역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주요 홈쇼핑들은 일본여행 상품 편성을 취소했다. 불매운동의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조치다.
아직까지 실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우려감은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 1일 일본이 반도체 수출 제한을 발표한 이후 제주항공은 1거래일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 마감했다. 지난 12일 종가(2만8700원)는 지난달말 대비 약 13% 이상 하락했는데, 지난해 10월 말 기록한 저점인 2만7600원에 근접해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양국간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노선 조정(일본→동남아, 중국)에 따른 기재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지난해 자연재해 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어 대폭적인 수요 감소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도 악화…유가까지?=2분기 실적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3287억원, 영업손실 34억원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들어 증권업계는 이 전망을 더 낮추고 있다.
최고운,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은 우려 이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적자 가능성이 지난달부터 제기돼 왔지만 규모가 1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 연구원은 "비수기 계절성이 악화되면서 여행수요는 기대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며 "2분기 LCC들의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대비 13% 증가에 그쳤는데 공급은 지난해부터 20% 내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탑승률과 운임 모두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2분기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비 14% 늘었는데 분기 증가율이 15%를 하회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같은기간 탑승률은 8%p(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과거 4년 내 최저치"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한 양국간 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심리는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수요기반이 아직 안정적이지 못한 지방노선 위주로 공급을 늘렸던 전략이 비수기에 특히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해 순이익마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류 연구원은 "유류비가 2분기 전년동기 대비 27%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며 공항 관련비나 정비비 등 기타 비용 역시 10% 가까이 상승할 것"이라며 영업손실은 231억원, 순이익도 적자전환(-201억원)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