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년' 송유근은 왜 8년 내에 박사학위를 못 받았나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2019.07.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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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근 "재학 연한 초과했지만 지도교수 해임으로 한동안 제대로 교육 못 받았다"…법원 "지도교수 해임 원인은 송씨의 논문 표절 때문" 기각

'천재소년' 송유근씨(22)/사진=UST<br>'천재소년' 송유근씨(22)/사진=UST<br>


최장 재학 연한인 8년 안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해 제명된 '천재소년' 송유근씨(22)에 대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이하 UST)의 제적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행정2부는 지난 11일 송씨가 UST 총장을 상대로 낸 제적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UST의 손을 들어줬다. '천재소년'으로 이목을 끌었던 그는 왜 8년 안에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을까.

◇송유근, 6살에 '상대성이론' 이해…'천재소년'으로 화제
1997년생인 송씨는 6세 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의 미적분 문제를 푸는 등 남다른 재능으로 '천재소년'이라 불렸다. 이후 초등학교 6년 과정을 6개월 만에 마친 뒤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송씨의 지능지수(IQ)는 187로 알려져 있다.



그는 8살이던 2005년에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최연소로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하면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2008년에 학생 신분을 포기했다. 이후 12세가 되던 2009년에 UST 천문우주과학 전공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했다. 석·박사 통합과정은 석사과정 학생이 석사학위 취득이나 박사과정 입학시험 없이 짧게는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2015년, 블랙홀 관련 논문 표절 의혹
그러나 송씨가 영국의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던 블랙홀 관련 논문이 2015년에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결국 송씨의 논문은 이듬해 11월에 공식 철회됐다. 송씨는 2016년 2월에 만 18세로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논문이 철회되면서 무산됐다. 송씨는 같은 해 설상가상으로 지도교수가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까지 겪었다.


송씨는 자신의 논문 표절 논란에 관해 지난해 10월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단지 우주와 천체 물리학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증명하는 것에 목숨 걸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오늘의 송유근은 어제의 송유근을 뛰어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서 '오카모토 방정식'을 만들어낸 오카모토 명예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가슴 아프지만 내 나라에서는 무엇을 해도 안티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연구를 계속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그때 논란이 있었던 연구를 하고 2017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천문학회에서 발표를 했는데 학자 두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다"며 "1년 반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12월 송유근씨./사진=머니투데이DB2008년 12월 송유근씨./사진=머니투데이DB


◇8년 안에 박사학위 못 받아…결국 UST로부터 제적 처분
송씨는 2009년 입학했던 UST로부터 지난해 9월 최장 재학 연한인 8년 안에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해 제적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군에 입대했다. 이로써 송씨가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면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다른 대학 학위 과정에 입학해야 한다.

이에 송씨 측은 제적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학 연한은 초과했지만 지도교수 해임으로 한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UST에서 실제로 교육받은 기간은 7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송씨는 "UST 학칙상 석·박사 통합과정은 8년까지 재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을 별개로 이수하면 10년까지 재학할 수 있다"며 "제적 처분의 근거가 된 학칙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는 논문 표절 논란은 송씨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학의 자율성, 학칙 내용 등을 보더라도 (대학 제적 처분은) 문제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도교수가 없는 기간을 재학 연한에 산정해선 안 된다"는 송씨의 주장에는 "지도교수가 해임된 원인은 논문 표절 사건 때문"이라며 "원고도 이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고, 피고(학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학 연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송씨는 UST를 졸업이 아닌 '수료'로 마쳤다. UST 측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한 매체에 "송유근이 블랙홀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발표에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것을 갖추지 못해 최종심사에서 불합격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씨 부친은 "아들이 2015년 논문 표절 논란 이후 지도교수도 없이 블랙홀 연구를 지속해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에 실렸는데도 불합격 처리된 것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UST 측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한 편 게재가 졸업을 위한 자격요건은 맞지만 졸업을 위한 학위논문은 이와는 별개"라며 "송씨의 논문이 졸업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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