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도 알바생도 "다행이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임찬영 기자, 김지성 인턴기자 2019.07.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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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세번째 낮은 인상률(2.87%)…고용불안 문제 다소 줄어, 속도조절 공감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근무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근무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작년에 잘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이 정도면 안 잘리지 않을까요?"(김모씨, 26, 시청역 커피숍 아르바이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이 나란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는 예상보다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지 않아 안심했고, 알바생은 해고 위험이 줄었다는 생각이 컸다. 올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학습 효과가 남은듯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 5시30분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2.87%(240원) 오른 8590원으로 의결했다. IMF 시절인 1998년의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의 2.75%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이날 오전 서울 시내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이번 인상률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종로구에서 도시락 제조업을 하는 김모씨(32)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 사람 몇명을 데리고 하는 사람들은 임대료보다 인건비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서모씨(54)는 "2년 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 이번에 동결을 못 해 불만스럽다"며 "240원이면 작년, 재작년에 비하면 다행이긴 한데 오르는 건 오르는 거니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42)도 "매출이 50% 하락했고 알바도 4명이나 잘랐다"며 "생각보다 안 올라 다행이긴 한데 만약 노동계 얘기처럼 1만원 염두에 뒀다면 내년에는 키오스크를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이 정도 인상률이면 알바생을 안 자르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 사진=뉴시스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 사진=뉴시스
역대 세번째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바라보는 알바생들의 의견도 자영업자와 비슷했다. 여의치 않은 경제 상황에 무턱대고 올리는 것보다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청역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박모씨(38)는 "사장님이 힘든 걸 알기 때문에 시급이 막 오른다고 좋지만은 않다"며 "다른 사람들은 근무가 줄었기 때문에 결국 받는 돈은 똑같이 된다"고 말했다.

덕수궁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박모씨(30)도 "대통령의 공약이 1만원이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 정도면 지난해 많이 올라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급여 오르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게 업주가 근로자에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고 인력을 줄이며 일이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와 달리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참사', 민주노총은 '사실상 삭감 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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