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세장,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7.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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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파월 연준 의장 "중립금리 생각보다 낮다"…이달말 금리인하 쐐기

"이번 강세장,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


"시장이 악재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도 시장을 돕고 있다. 이번 강세장이 대부분의 사람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 (라이언 데트릭 LPL파이낸셜 선임전략가)

'황소'(강세장)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10년을 이어왔지만 아직도 힘이 남았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황소를 앞으로 잡아끌고 있다. 별로 기대할 것 없는 어닝시즌(실적발표기간)이 다가오지만 시장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11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 2만7000선을 돌파했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도 3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이달말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주가 랠리에 불을 붙였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27.88포인트(0.85%) 뛰어오른 2만7088.0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는 6.84포인트(0.23%) 오른 2999.91을 기록했다. S&P500은 전날 장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6.49포인트(0.08%) 내리며 8196.04로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는 애플과 아마존을 빼고 모두 올랐다.

이날 백악관이 약값 인하와 리베이트 규제를 위한 방안을 철회키로 했다는 소식에 제약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 금리인하를 거듭 예고했다. 그는 "중립금리 수준과 자연실업률 수준 모두 생각했던 것보다 낮다"며 "통화정책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완화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나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 수준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기준금리를 낮출 여지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또 파월 의장은 "50년 전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냈지만 이젠 연결고리가 깨졌다"고 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역의 관계를 보인다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으로, 실업률이 더 낮아져도 물가상승률이 오르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역시 실업률을 더욱 낮추기 위한 금리인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해석된다. 지난 5월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5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XM의 래피 보야지안 선임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이 들떠 있다"며 "파월 의장이 이달말 금리인하에 대한 확실한 암시를 줬다"고 했다.

전날도 파월 의장은 미 하원 금융위원회 출석에 앞서 서면 자료를 통해 "최근 몇주간 경제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달말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오는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말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79.6%, 한꺼번에 50bp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20.4%다.

지난달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꺾지는 못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일치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에 비해 0.3% 뛰며 지난해 1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전년과 비교하면 2.1% 상승했다.

E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이벤가트 투자전략부장은 "물가상승률이 생각했던 것보단 좀 더 높다"면서도 "하지만 파월 의장이 '비둘기'(통화완화주의)적 태도에서 멀어지려면 강력한 경기지표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KKM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CEO(최고경영자)는 "어닝시즌이 다가오면서 무역전쟁 관련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면서도 "그래도 아직은 연준의 비둘기적 태도가 만들어낸 '순풍'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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