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2일부터 23일까지 착용했던 브래지어. 90B 사이즈다. 혹시 구매를 원하는 남성 분은 [email protected]로 연락 바란다. 직거래는 피차 민망할테니 사양한다./사진=남형도 기자
남성용 브래지어를 팝니다. 가격은 0원입니다. 무료로 드리고요. 근데 왜 판다고 썼냐고요. 저도 바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건 마지막에 얘기할 예정입니다. 이게 무슨 압력밥솥도 아니고 뜸을 엄청 들이네요, 참.
상태는 A급입니다. 지난해 여름, 8월22일과 23일에 딱 두 번 입었어요. 착용 시간은 24시간 정도 됩니다.
땡볕에 브라가 불타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셀카
여튼, 그 때 너무 힘들어서 찢어버릴까 했는데, 다행히 잘 참았습니다. 그러니 판매할 수 있는 거겠지요. 그럼 냄새나는 거 아니냐고요. 걱정마세요. 제가(사실은 세탁기가)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참으로 뽀송뽀송하게 잘 빨아 뒀습니다.
그럼 또 입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사실 그 생각도 해봤는데요. 왜냐면 제가 가슴이 좀 큰 편이라, 흰 티를 입으면 유두가 돌출되거든요. 아내가 "젖꼭지가 민망하다"고 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테이프를 붙였더니 아파서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브래지어 생각도 나긴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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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도저히 손이 안 가데요. 딱 이틀 입었는데, 너무 답답하고 힘든 기억이어서요. 보기만 해도 숨이 괜히 턱 막히고요. 누군가 등 뒤에서 내 가슴을 움켜쥐는 것 같고. 속도 안 좋고요. 머리도 왠지 아픈 것 같고. 과장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꽤 용기가 필요해요, 이걸 입는다는 건. 엄두가 안 나서, 옷장에 고이 간직해뒀어요. 1년 동안, 단 한 번도 집어들지 않았고요.
브라를 하고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 있다. 정신은 온통 여기에 쏠렸다. 화장실도 차마 못 갔다. 자꾸 사람들이 쳐다봐서./사진=지금은 이직한 남궁민 기자
좋은 게 하나도 없는데 왜 파냐고요. 있습니다, 없을리가요. 이거 딱 하루만 해보세요. 여성들 브래지어가 다르게 보일 겁니다. 가슴도요. 성적(性的) 대상이 아니고요. 답답해 보일 겁니다. '저리 하루종일 가둬야하나' 의문이 생길 겁니다. '아이고, 힘들겠다'는 공감(共感)도요. 깨달음입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고요. 그리 느낀다면, 사이즈 맞게 가져가신 겁니다. 아니라면, 좀 더 작은 게 필요할 것 같네요.
그리고 나서, '화사'나 '설리' 노브라를 보면 이런 생각 들겁니다. "아, 편하겠다", "홀가분하겠다". 정말입니다. 제 얘기에요. 딱히 시선이 안 갈 거예요. 왜냐면, 이상한 게 아니라 편한 거니까.
가수 설리를 보면 홀가분하단 생각이 든다. 대단한 용기이고,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노브라가 점점 익숙해지게 해준다는 것, 그건 차츰 더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아직 한국 사회에선 불편한 시선이 대부분이기에./사진=설리 인스타그램
그리고, 노브라가 기사거리가 안 될 때쯤, 의류수거함에 가만히 버려주시면 됩니다. '성인 인증'을 안해도, 포털사이트에 노브라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을 때쯤이 될까요.
아참, 깜빡할 뻔했네요. 브래지어 착용 전에 준비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두통약'과 '소화제'를 꼭 챙겨주세요.
이유는, 직접 해보시면 아마 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