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급락에 "종목장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7.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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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 호재에 반응하던 시장 탈피…"신약개발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연일 이어진 악재성 소식에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대폭 조정을 받았다. 투자심리 역시 완전히 얼어붙었는데,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주 랠리가 이어지던 때와는 달리 가능성 있는 업체들만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시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역시 우량 업체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지난해 말 1만1626.69에서 6월 말 1만349.47로 약 11% 하락했고, 코스닥 제약 지수는 2분기에만 17% 급락했다.



제약·바이오 섹터의 부진은 악재성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 (22,200원 0.00%)의 인보사 판매 중단을 시작으로 대웅제약 (107,500원 ▼1,700 -1.56%)메디톡스 (130,200원 ▼2,300 -1.74%)의 보톡스 균주 논란, 에이치엘비 (100,000원 ▲2,700 +2.77%)의 임상 3상 실패 등은 관련 기업의 주가를 모두 끌어내리며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여기에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의 기술 반환 소식과 신라젠 (4,445원 ▼65 -1.44%) 임원의 보유지분 전량 매각 등의 소식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극대화시켰다.

좋은 소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한양행 (69,300원 ▼800 -1.14%)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일 유한양행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NASH)을 치료하기 위한 융합단백질(GLP1/FGF21 dual agonist)의 글로벌 판권(한국제외)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술이전 규모는 8억7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과거 이 같은 대규모 기술이전 소식은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5년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이 연이어 기술수출을 발표하자 제약바이오 섹터 내 거의 모든 종목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2015년 연간으로는 코스피 의약품 지수가 88%, 코스닥 제약 지수는 75% 상승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주 랠리가 이어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종목에 호재가 발생하면 특별한 이슈가 없는 제약·바이오 종목에도 투자금이 몰려 주가가 상승했고, 심지어 사업목적에 바이오만 추가해도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한양행의 개별 이슈로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는 지난 4년간 여러 번의 임상 실패나 중단과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서 신약개발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높으며, 임상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 실패가 다른 기업이나 다른 파이프라인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가 제고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우리 시장이 한 기업의 이슈만으로 섹터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시장에서 벗어난 만큼 빠르게 종목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어떤 업체의 임상이 남았는지, FDA 허가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마무리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들의 임상결과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학회에서 임상결과에 대한 발표를 하기 때문에 학회발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올바이오파마 (32,100원 ▼1,200 -3.60%)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4분기에 임상 3상 탑라인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고 신라젠은 임상 3상 결과를 3분기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선호주로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 한올바이오파마, 유한양행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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