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 '휘청', 신라젠 때문?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7.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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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임원 보유 주식 전량 매도 소식에 급락, 시총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 마감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신라젠 (4,445원 ▼65 -1.44%)이 현직 임원의 보유 주식 전량 매도 소식에 9일 주가가 급락했다.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 에이치엘비 (100,000원 ▲2,700 +2.77%) 등 시가총액이 큰 바이오 업체들 역시 이날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라 주가가 작은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신라젠은 전날보다 5300원(11.21%) 하락한 4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5만여주, 6만2000여주를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이날 신라젠의 급락은 회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현직 임원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보유 중이던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0.25%)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총 처분금액은 약 88억원이다.

시장에서는 펙사벡 임상 결과가 좋지 않자 임원이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히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해 1월 장내 매도를 통해 신라젠 주식 271만여주, 약 1300억원 규모를 처분한 과거가 있어 투자자들의 의심이 큰 상황이다.



신라젠 측은 신 전무의 주식 매도는 "펙사벡 임상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회사는 "해당 임원은 지난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이에 따른 세금과 개인 채무 등의 문제로 매도한 것으로 안다"며 "연구·개발(R&D) 부서와 무관한 신사업 추진팀으로 임상 정보와는 관계가 없고 회사를 퇴임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라젠의 급락은 바이오주 전체에 악영향을 준 모습이다. 이날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에이치엘비, 셀트리온제약 (89,700원 ▼2,200 -2.39%), 코오롱생명과학 (22,200원 0.00%) 등이 한꺼번에 급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81,000원 ▼9,000 -1.14%)도 4%대 하락 마감했다.

특히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아 주가가 이미 한차례 급락했던 에이치엘비와 인보사 파문으로 주가가 내려올 대로 내려온 코오롱생명과학의 급락은 충격이 더 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오후 들어 주가가 내려앉기 시작했다"며 "신라젠에서 시작된 불안감이 고평가 논란이 있는 바이오 종목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이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유럽 허가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 중이다. 암젠은 지난 5월 말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했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ABP710'의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이번 결정은 이미 셀트리온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유럽을 포기하고 미국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거대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란 우려다.

그동안 주가가 잘 버텨왔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셀트리온은 이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3만여주, 8만9000여주를 순매도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하락은 최근 바이오 업체 주가 급락에도 견조했던 주가 수익률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늘 있었고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가능 하기 때문에 주가 방향성은 우상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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