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알선해줄게"… '성매매 합법화' 독일에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7.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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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독일 그리고 성매매합법화 ②] 성매매 합법 국가 독일, 신매매, 미성년자 성매매 등 관련 문제 지적 끊이지 않아… 최근 관련 규제 강화 추세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2002년 11월, 두명의 체코 여성이 독일과 체코 국경선 근처에서 길거리 성매매 중 손님을 찾고 있다. /사진=AFP2002년 11월, 두명의 체코 여성이 독일과 체코 국경선 근처에서 길거리 성매매 중 손님을 찾고 있다. /사진=AFP


"좋은 일 알선해줄게"… '성매매 합법화' 독일에선
선선했던 날,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비어가르텐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베를리너들과 대화를 하게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온갖 얘기를 나누었는데, 대화는 수영장, 사우나, 클럽 등 다양한 주제를 거쳐 성매매로 뻗어나갔다.



내가 "나는 내일 사우나를 갈 예정"이라고 말하자 한 50대 아저씨는 내게 "사우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나 역시 예전엔 자주 가던 사우나가 있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내가 "대체 그곳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아르테미스(Artemis)"라며 "그곳은 몇 년 전 불법적인 일에 연루됐다"고 말했다.

그가 즐겨 찾았다던 아르테미스는 독일 수도 베를린의 최대 성매매업소다. 2005년 9월, 650만유로(약 76억원)를 들여 지어진 아르테미스는 4층 건물에 70개의 침실, 그리고 건물 내 3개의 사우나와 대형 풀장, 헬스장, 2개의 영화관, 일광욕 시설 등까지 갖춰 하나의 리조트 같이 지어졌다.
2016년 4월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최대 성매매업소에 경찰과 세무당국 인력 등 900명이 급습해 매니저 2명과 마당 4명을 인신매매와 조세포탈 혐의로 체포했다. /사진=AFP2016년 4월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최대 성매매업소에 경찰과 세무당국 인력 등 900명이 급습해 매니저 2명과 마당 4명을 인신매매와 조세포탈 혐의로 체포했다. /사진=AFP
아르테미스는 개장과 함께 2006년 독일월드컵을 맞이하며 전세계적 관심을 모았고, 대중교통과 길거리 광고로 명성을 차곡차곡 쌓았다. 75유로(한화 약 9만6000원)만 내면 술, 음식, 영화, 사우나, 성매매까지 무제한으로 할 수 있었으니 독일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아르테미스의 아성에 금이 간 건 2016년 4월13일 아르테미스의 매니저 2명과 마담 4명이 인신매매와 조세포탈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다. 이날 아르테미스에는 경찰과 세무당국 인력 등 900명이 들이닥쳐 이들을 체포했다. 당국은 수개월간 사전 조사를 진행한 뒤 이 같이 급습했다.

붙잡힌 이들은 2006년부터 고용 인력을 자영업자로 위장하는 수법 등으로 1750만 유로의 사회보장세를 탈루했고, 인신매매 등으로 여성을 강제 성매매 산업에 종사케 한 혐의를 받았다. 2002년 성매매를 법으로 보장한 독일에서 성매매가 법망 아래 온전히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봤던 이들의 환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성인용품 리얼돌 판결'과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이재은의 그 나라, 독일 그리고 성매매합법화 ①] 참고)

성매매의 합법화는 성인간의 '자발적 성매매'는 불법이 아니지만, '불법 성매매'는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돼있다. 이런 불법 성매매는 강제성매매, 미성년자 성매매 및 불법이주자의 성매매 등을 말한다.


문제는 이미 성매매는 합법화됐기에, 경찰이 성매매 관련 인신매매, 성매매 강요, 혹은 착취문제를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성매매 자체가 합법적인 경제활동이자 사업으로 간주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정적 증거 없이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사건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베를린 지방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 인신매매·조직 범죄 연루 등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1월 아르테미스 측은 "우리는 부당하게 박해받았다"며 "경찰과 검찰에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아르테미스 측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일부 독일 대중 사이에선 "정말 아르테미스가 억울한 게 맞냐"는 얘기가 나왔다. 아르테미스 사건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뒤 그동안 아르테미스가 여성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다른 사례들도 여러 개 공개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동안 아르테미스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매매 중 프렌치 키스 등 타액을 나누는 일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시킨 것, 콘돔 사용을 금지해온 것, 오럴 섹스를 강요해온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여성이 성병에 걸릴 경우엔 가차 없이 퇴출시켜온 것 등이 말이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결과는 관계없이 아르테미스에서 뭔가 옳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다.

이에 위축된 수사권 및 기소권, 그리고 성매매의 정상화로 인한 산업급성장이 만나면서 독일이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도착지가 됐다는 비판은 지속됐다.

이런 비판은 일리가 있었다. 성매매가 합법화되고 성산업이 양지로 올라오면서 성산업도 매우 팽창했다. 독일의 경우 성매매 산업에서 나오는 이윤이 150억유로(약 2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성매매 산업의 팽창의 속도를 성매매 종사자 증가 추세가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법화 시행 이후 성을 사려는 남성은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뷔페식으로 성매매를 운영하는 업소들은 대부분 '최대규모' '최저가'를 기치로 홍보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여성을 수급해야했다. 이들을 싼값에 여러 번 성매매시켜야하니 말이다. BBC 등은 지난 20년간 합법화 정책의 영향으로 독일 내 성 산업 종사자 숫자가 두 배 증가해 40만명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성 수급이 힘드니 많은 경우 인신매매를 통한 여성 조달로 이어졌다.

여기에 20세기 후반 이후 빈국의 가난한 여성이 산업화된 선진국으로 이주해 노동하는 '이주의 여성화'(femigration)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이주자나 저소득층, 난민 등 취약계층 여성이 인신매매 형식으로 성매매 산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인신매매는 물리력을 행사해 의사에 반해 시간·장소 등을 지정한 뒤 성매매를 시키거나, 가족을 인질로 해 협박을 하거나, 마약 중독을 유도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알선해준다며 취업 사기를 치거나, 빚과 이자 등 경제력 압박을 통해 여성들을 압박하는 등 온갖 방식으로 이뤄진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1년 1만9740명이었던 독일 내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성매매 전면 합법화가 시행된 2002년 2만2160명, 2003년에는 2만4700명으로 늘었다. 내국인 피해자는 10%에 불과했다.
2006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AFP2006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AFP
UNHCR(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독일은 성매매 인신매매 피해자의 주요 도착지였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성매매 인신매매 피해자는 EU시민권자로 불가리아인, 루마니아인이었고 이외에도 러시아, 아랍 국가, 중국, 나이지리아, 기타 아프리카 출신 등도 적지 않았다. 집시나 난민 등도 인신매매의 주요 피해자였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약 4 분의1은 어린이들이었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대부분은 술집, 매춘 업소 및 아파트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결국 애초에 성매매를 합법화하면서 독일 당국이 의도했던 목표, 즉 성매매자의 노동권과 인권보호 향상, 강제 성매매 감소와 탈성매매 증가라는 기대가 거의 충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독일 정부는 2014년 유럽의회에서 제기된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비판, △독일에서 성매매가 합법화되면서 성산업 규모가 폭증하고 인신매매가 증가했다는 비판 △합법화 이후 성구매자나 포주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는 성판매 여성의 숫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많아졌다는 비판 △성매매가 정상적인 직업 활동으로 정의되면서 성판매자를 위한 탈성매매 지원 서비스가 축소됐다는 비판 등에 대해 평가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체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으나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독일 정부는 처음 성매매 합법화가 목표로 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으며, △성판매자의 고용계약서 작성률과 사회서비스 이용률이 여전히 낮고 △여성 전체인구에 비해 폭력경험 비율이 훨씬 높고 △성판매 여성의 정신건강문제 역시 심각하다는 것도 인정했다.

이제 독일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성매매 관련 인신매매 보도가 나온다. 2년 전에는 독일의 서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성매매업소인 '파라다이스'(지상 5층 규모로, 사우나·수영장·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췄다)를 운영하던 위르겐 루들로프가 인신매매 교사 및 방조 혐의로 체포됐다.

슈투트가르트 검찰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에서 일하는 150여명의 노동자 중 대다수가 동유럽 출신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갱단(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폭력 조직의 무리)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해 강제로 파라다이스에서 일하게 된 이들이었다. 루들로프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했고, 더 많은 여성들을 갱단에서 수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여성들에게 하루 벌이 목표치 500유로(약 66만원)을 정해준 뒤 이 만큼의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했으며, 성형수술이나 문신도 강요했다.
2018년 4월, 프랑크푸르트 근처 마인탈(Maintal)의 성매매 업소에 독일 경찰이 급습했다. 독일 경찰 당국은 태국 여성 200명을 인신매매 해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5명을 체포했다. /사진=AFP2018년 4월, 프랑크푸르트 근처 마인탈(Maintal)의 성매매 업소에 독일 경찰이 급습했다. 독일 경찰 당국은 태국 여성 200명을 인신매매 해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5명을 체포했다. /사진=AFP
루들로프는 TV쇼에 '재벌'로 출연할 만큼 유명인이었기에, 루들로프의 체포는 독일인들에게 '성매매 합법화에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키웠다. 그리고 얼마 전, 지난 5월에는 태국 여성 200명을 인신매매 해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지난해 체포됐던 5명의 재판이 시작됐다. 피해자들 대다수는 트랜스젠더였는데, 이들은 5명 업주들로부터 여권을 압수당했고 월급은 원천 징수당해 돈을 받지 못했다.

많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싶어하며 원활히 잘 이뤄질 것이라는 성매매 합법화주의자들의 환상과 달리, 실제 현실은 성매매 산업화의 확장과 박리다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신매매와 미성년자 강제 성매매 등으로 얼룩져있다.

2016년 베를린 아르테미스를 단속했던 경찰이 한 언론에 "업소에 있던 여성들의 상황을 '목화농장의 노예' 같았다"라고 말한 것이나 루들로프 사건을 다룬 슈투트가르트 지방 법원의 판사가 지난 2월 "이 크기의 깨끗한 성매매 사업장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한 것 등은 얼마나 성매매 여성들의 존엄이 얼마나 잘 지켜지지 않는지, 또 이런 현상이 얼마나 필연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성매매를 합법화했던 국가들은 최근 성매매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앞서 독일 정부는특정 기간을 설정한 정액제 성매수를 금지했고, 인신매매 등으로 강제 성매매에 동원된 이들의 성을 매수하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매매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도 '성매매 불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는 '성매매를 불법화하고 성 구매자를 처벌하라'는 청원 서명자가 4만명을 넘겨 하원이 이를 다루게 됐다. 네덜란드에선 청원자가 4만명이 넘으면 하원이 해당 안을 논의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로이터=뉴스1암스테르담 홍등가. /로이터=뉴스1
이 청원을 주도한 기독교 청년단체 엑시스포스(Exxpose)는 '나는 값을 매길 수 없다'(I am priceless)라는 캠페인을 통해 "성매매를 통한 착취나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라 라우스 엑시스포스 설립자는 "값싼 성매매와 높은 성매매 수요로 암스테르담이 인신매매에 취약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첫 여성 시장 펨케 할세마 역시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겠다며 △도심 홍등가 일부를 폐쇄하고 축소하며 △호객용 유리 진열시설을 전면 폐쇄하고 △성매매 노동자 면허 발급기준을 강화한다는 등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성매매 합법화는 단순히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성매매 옹호론자 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갈리는 주제다.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합법화해서는 안되고, 또 다른 여성주의자들은 보호를 위해 오히려 합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성매매 합법화를 통해 긍정적 변화를 모색했던 독일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참고문헌
성매매합법화와 비범죄화 논의 재고, 한국여성학, 안창혜
네덜란드 성매매 합법화의 효과, 다문화사회연구, 유숙란
성매매행위의 비범죄화, 원광법학, 박기석
독일 성매매 합법화 이후 실태와 정책 효과, 이화젠더법학, 정재훈
한국, 스웨덴, 독일의 성매매 정책 결정과정 비교분석, 한국여성학 제23권 4호, 유숙란·오재림·안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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