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악재'에도… 유한양행, 신약개발사로 우뚝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7.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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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겹악재에 흔들리던 제약·바이오…'3조원대 기술 수출'에 효자로 떠오를까?

'바이오 악재'에도… 유한양행, 신약개발사로 우뚝


코오롱생명과학 (22,200원 0.00%)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허가 취소, 에이치엘비 (100,000원 ▲2,700 +2.77%)의 위암 치료제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의 1조원대 당뇨신약 기술 수출 무산.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이은 악재에 홍역을 치렀다. 제약바이오 종목은 주식 시장에서도 주가가 널뛰는 종목이다. 실적 부진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다가도 약 하나만 잘 만들면 대박을 내기도 하고, 잘 나가는 듯 싶다가도 작은 이슈 하나에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그만큼 주가 변동성이 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뿌리없는 나무처럼 흔들리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유한양행 (69,300원 ▼800 -1.14%)은 기업 로고처럼 뿌리가 단단히 내린 나무 같은 모습이다. 악재 속에서 잇따른 희소식을 전하며 설립 100년을 바라보는 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유한양행에 대해 신약개발 회사로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8개월간 3조원대 기술 수출…과감한 투자,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지난 1일 유한양행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NASH)을 치료하기 위한 융합단백질(GLP1/FGF21 dual agonist)의 글로벌 판권(한국제외)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술이전 규모는 8억7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이중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이 4000만달러(460억원)고, 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에 따른 사용료도 받을 수 있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는 무관에 간에 지방 축적이 되면서 염증을 발생시켜 간 손상, 섬유화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성인의 약 12%인 약 3000만명이 이 병을 앓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글로벌시장에서 NASH의 시장규모는 2024년 약 37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기술이전은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NASH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최대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로 이 중 계약금은 1500만달러(약 170억 원)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와 12억5500만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인 레이저티닙(YH25448)의 글로벌 판권(한국제외)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8개월동안 3조원이 넘는 신약 기술 성과를 올린 셈이다.

김태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로써 엄연한 신약개발 업체로 발돋움했다는 판단"이라며 "최근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임상3상 결과에 대한 우려로 투자 심리는 크게 악화됐고, 제약·바이오 업종 지수는 급락했는데, 어려운 시기에 기술이전 계약이 국내 신약개발 업체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목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하는 기술과 이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념을 말한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 "꾸준한 R&D 투자…'어닝쇼크'에서 업계 효자로 떠올라"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저조한 편에 속하던 유한양행은 지난 2011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주력했다. 현재 기술력이 뛰어난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 20여개에 과감한 지분 투자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2015년 이정희 대표 취임 후 3년 간 진행된 외부 지분 투자는 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유한양행은 매출액 대비 10%인 343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집중 투자했다. 전년대비 110억원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93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유일한 박사님의 숭고한 정신적 유산과 선배님들께서 물려주신 혜안은 유한만의 성공 DNA가 돼 탄탄하게 뿌리내렸다"면서 "업계 1위 기업이자 R&D 중심의 세계적인 혁신신약 개발회사로 변모해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투자가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액 3756억원, 영업이익 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0.3%, 77.3%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 기대치였던 매출액 4011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당시 증권사들은 "외형 증가가 크지 않은 가운데 투자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투자 비용 증가로 향후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증권사들은 21만~27만원 수준으로 잇따라 목표 주가를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꾸준한 투자가 드디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에 수출한 NASH 후보물질인 'YH25724'은 제넥신의 약효 지속 기술이 접목됐고, 레이저티닙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했다. 이어지는 희소식에 증권사들은 잇따라 목표주가를 29만~3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6일 유한양행 주가는 24만2000원을 기록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볼 수 있다"며 "결국 유한양행의 높은 선구안이 이와 같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로 연결된 것으로 유한양행과 소렌토사와의 조인트 벤처사인 이뮨온시아로부터 기술도입한 면역항암제 역시 또 한번의 기술 이전 스토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6년 연속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사회공헌 대표 기업"

1926년 6월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은 올해로 창립 93주년을 맞았다. 설립 당시 미국에서 식품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유 박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건강한 국민, 병들지 않은 국민만이 주권을 누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의약품 산업을 선택해 기업을 세웠다. 당시 일본상사들이 의약품 공급을 독점하던 상황에서 유한양행은 각종 의약품, 소독제품, 백신 등을 수입 공급했고, 1933년에는 '안티푸라민'을 시작으로 구충제, 피부약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1962년에는 국내 기업 중에서는 두 번째, 제약업계로는 처음으로 기업 공개를 하고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혈연관계가 아닌 회사 임원에게 사장직을 물려주며 전문경영인 제도를 시행,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역시 197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5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16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되는 등 사회 공헌 대표 기업으로 손꼽힌다.

현재는 유한화학, 유한메디카, 유한필리아 등 11개의 개열사를 통해 의약품 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동물약품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약품 사업 부분의 주요 품목으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 아토르바, 프리베나, 삐콤씨 액티브 등이, 생활건강사업부문에서는 유한락스, 칫솔, 치약, 살충제, 표백제 등이, 해외사업부문은 유한화학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을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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