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 왜이렇게 조용하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7.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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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요 대북주 주가 약보합…급등락 학습효과로 투자 관망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남·북·미 정상회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빅 이벤트'에도 남북경협(경제협력) 관련주들의 움직임은 잠잠하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했던 학습효과 때문에 투자자들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화 재개로 남북경협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중장기적으로 관련 종목 투자를 고려할만 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북경협 대장주로 꼽히는 현대엘리베이 (39,500원 ▼500 -1.25%)터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일 대비 600원(0.66%) 오른 9만1900원에 거래 중이다. 남·북·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 1일에는 전일 대비 7700원(8.49%) 상승한 9만8400원에 마감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지속 중이다.



금강산에 리조트를 보유한 아난티 (5,960원 ▼40 -0.67%)도 전일 대비 소폭 오른 1만44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일에는 전일 대비 3.95% 올랐지만 지난 3일에는 하루 동안 5.65% 떨어지며 판문점 이벤트 전보다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남북 철도연결 사업의 수혜주로 꼽히는 대아티아이 (3,020원 ▼30 -0.98%) 주가는 현재 6020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 떨어졌고, 현대로템 (41,150원 0.00%) 역시 같은 기간 약 2% 하락한 2만650원에 거래 중이다. 농약·비료 업체인 경농 (9,780원 ▼90 -0.91%)도 지난달 말보다 2.5% 떨어진 1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만남을 갖는 빅 이벤트가 벌어졌지만 주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2월28일 하노이 '노딜' 회담 이후 4개월 만이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상당한 의견차이를 보였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이날 남북경협 관련주들은 10~20%대로 폭락했다.

최근 판문점 회담은 하노이때보다는 훨씬 진전된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53분 간 긴 대화를 나눴고,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에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하노이 이후 단절된 대화 물꼬도 다시 이어졌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크게 요동하지 않았다. 그 동안 남북경협 관련주들은 기대에 오르고 이벤트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도 보다 신중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번 판문점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을 위한 이벤트성 행사 아니냐는 시각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도 증권가에서는 두 정상이 다시 대화를 재개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 남북경협주도 탄력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다.

남북경협 재개로 당장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개성공단 관련주의 경우 이번 회담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좋은사람들 (1,055원 ▼10 -0.9%)은 현재 5590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1% 올랐고, 인디에프 (680원 ▼2 -0.29%)도 같은 기간 20% 상승한 3115원에 거래 중이다. 신원 (1,282원 ▼2 -0.16%), 재영솔루텍 (639원 ▼16 -2.44%), 제이에스티나 (1,955원 ▲50 +2.62%) 등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력팀장은 "북미 관계가 선언에서 실천단계로 진입하면 주식시장에서 북한관련 테마주 투자의 연속성이 기대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위한 핵심 카드로 북한 비핵화 노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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