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한미약품, 너마저…" 바이오株, 우려 커진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7.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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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1조원 신약기술 수출 무산…에이치엘비 임상3상 실패 쇼크 더해져 바이오주 투심 훼손 우려

"믿었던 한미약품, 너마저…" 바이오株, 우려 커진다


한미약품의 1조원대 당뇨신약 기술수출이 무산됐다. 이에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물론,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4일 오전 11시13분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은 전일대비 9만7500원(23.52%) 떨어진 31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한미사이언스 (33,500원 ▲200 +0.60%)도 23%대 약세다.



전날 한미약품은 얀센이 지난 2015년 기술이전 받은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 규모는 총 9억1500만달러(약 1조원) 정도다. 이미 수령한 계약금 1억5000만달러(약 1230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 치료제는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감소는 목표치에 도달하였으나,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서 혈당조절이 얀센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반환이 결정됐다. 한미약품 측은 "역설적으로 이번 임상 2상을 통해 비만약으로서의 효과는 충분히 확인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HM12525A의 개발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기술 수출이 무산된 신약은 임상2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부합시켰던 만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에 증권업계의 실망감이 크다. 실적 눈높이도 잇따라 낮춰지고 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해당 파이프라인의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으나 계약이 해지된 만큼 관련 가치인 1730억원을 전체 신약가치에서 제외한다"며 "R&D 역량이 높아지고 있고 있지만, 아직은 열매보다 가지가 많은 나무인 만큼 지켜볼 시기"라고 언급했다. 이에 목표주가도 종전 45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췄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HM12525A 가치를 전체 파이프라인의 5.6%에 해당하는 2952억원으로 산정해 이를 기업가치에 반영해온 만큼, 이를 제외하면서 목표주가를 종전 64만원에서 60만원으로 낮췄다.


신재훈 연구원은 "연내 임상 3상 진입을 기대하던 파이프라인이라 아쉬움이 크다"며 "이번 신약은 무산됐지만, 전체 파이프라인 가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당뇨병치료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efeglenatide)'와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HM15211)의 가치는 유효하다고 판단해 한미약품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미약품 연구센터/사진제공=한미약품한미약품 연구센터/사진제공=한미약품
최근 에이치엘비 (110,100원 ▲500 +0.46%) 임상 실패 쇼크에 이어 믿었던 한미약품까지 신약 개발에 실패하면서 임상 진행 중인 바이오 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한미약품 이슈로 신라젠 (4,550원 ▼15 -0.33%)헬릭스미스 (4,260원 ▼150 -3.40%), 메지온 (38,550원 ▲300 +0.78%), 에이치엘비 (110,100원 ▲500 +0.46%)는 2~5%대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약 개발이 매우 어렵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한미약품 사례는 빅파마를 대상으로 1조원에 기술이전됐던 물질의 실패라 아쉬움이 크다"면서 "유한양행이 올해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신약개발업체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 전반에 대한 기술력 우려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올해 들어 유한양행 (71,000원 ▼500 -0.70%)은 길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을 대상으로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4000만 달러(462억2000만원)와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기술료 최대 8억3000만 달러(9590억6500만원) 정도다.

이외 올릭스 (15,220원 ▼90 -0.59%)레고켐바이오 (65,500원 ▼700 -1.06%)도 각각 떼아와 밀레니엄(일본 1위 제약사인 다케다의 항암 전문 자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SK (163,400원 ▲2,100 +1.30%)바이오팜도 세노바메이트(뇌전증 치료제)에 대해 아벨 테라퓨틱스와 계약을 맺었고, 솔리암페톨(수면장애치료제)은 다음 주 미국 출시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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