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1년 '숫자경영' 속도…전략·재무라인 부상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기성훈 기자 2019.06.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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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식·권영수·정호영 등 경영전략·CFO 요직 꿰차…'선택과 집중' 경영철학 뒷받침할 인사 중용

왼쪽부터 권영수 ㈜LG 부회장,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 정호영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왼쪽부터 권영수 ㈜LG 부회장,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 정호영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


"전략·재무 출신이 그룹을 장악했다."

29일 구광모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LG그룹 모 임원의 촌평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지난 1년 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서 경영전략·CFO(최고재무책임자) 라인이 의사결정 주도권을 잡았다는 얘기다.

이 임원은 "그룹 전체가 '숫자경영'에 빠졌다"며 "고 구본무 회장 임기 말 실권을 행사했던 구본준 전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를 전략·재무라인이 메웠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인사로 지난해 말 인사 당시 베인&컴퍼니코리아에서 영입된 홍범식 ㈜LG (75,500원 ▼700 -0.92%) 경영전략팀장이 꼽힌다. 홍 사장은 베인&컴퍼니코리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M&A(인수합병), 기업 혁신전략 등에 대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SK텔레콤에선 사업전략실장, 성장전략그룹장 등을 지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진 LG전자 (91,200원 ▼1,400 -1.51%)의 수처리사업 자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 매각과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엘셀시스템즈 청산, LG디스플레이 (9,930원 ▼120 -1.19%) 일반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철수, LG화학 (370,500원 ▼8,000 -2.11%) 유리기판 사업 경영권 지분 매각, LG유플러스 (9,690원 ▲10 +0.10%)의 CJ헬로 인수 결정 등 잇단 사업재편 시나리오가 홍 사장의 작품으로 알려진다.



복수의 LG그룹 관계자는 "최근 추진된 그룹 계열사 사업조정은 전부 홍 사장의 손을 거쳤다"며 "외부에선 권영수 부회장이 구 회장의 최측근 보좌진으로 거론되지만 차세대 진영 핵심인사를 꼽자면 외부영입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홍 사장이 단연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홍 사장의 윗선으로 그룹 내 2인자인 권영수 ㈜LG 부회장(COO·최고운영책임자)도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이다. LG전자 CFO,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권 부회장만큼 그룹 전반의 사정을 꿰고 있는 인사가 없다는 게 내부 평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COO 직책을 신설하면서 초대 COO로 정호영 CFO(사장)를 임명했다. CFO와 COO를 겸임, 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면서 CEO(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역할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연말 박진수 부회장 후임으로 3M에서 외부영입된 신학철 부회장(CEO)이 분기 매출 7조원의 사업 전반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사장의 COO 겸임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 인사 중에서도 전략·재무라인이 다수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LG하우시스 강인식·LG생활건강 김홍기·LG유플러스 이혁주 CFO가 줄줄이 사내이사 자리를 꿰찼다.

전략·재무라인의 부상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시장 흐름을 꿰뚫는 인사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내세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젊은 총수의 경영철학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전략·재무라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1위의 삼성그룹에서도 격변기마다 재무통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전략통이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부각됐다.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총수를 보좌해온 인물 중 소병해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전략기획실 차장) 등이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이다.

삼성전자 현직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이상훈 사장과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이끄는 정현호 사장도 재무·전략그룹 출신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전략·재무 출신 인사를 요직에 기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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