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저주' 코웨이 토해낸 웅진그룹, 엇갈리는 주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6.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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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웅진그룹, 코웨이 재매각 추진…코웨이·씽크빅 ↑…웅진 ↓

고개 숙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뉴스1고개 숙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뉴스1


웅진그룹이 지난 3월 인수한 웅진코웨이 (56,300원 ▼1,400 -2.43%)를 3개월만에 토해내며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인수비용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감당할 만큼 '무리수'였던 탓에 예고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는 계열사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7일 오전 11시38분 웅진 (1,239원 ▼4 -0.32%)은 전일대비 335원(14.08%) 급락한 1995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웅진씽크빅 (2,360원 ▼10 -0.42%)은 5%대 강세고, 웅진코웨이는 2%대 상승세다. 웅진코웨이는 장중 13% 급등하기도 했다.

웅진코웨이는 알짜 사업체인만큼 더 나은 모회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웅진코웨이 인수 주체였던 웅진씽크빅은 대규모 차입부담을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각기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웅진그룹은 재무적 리스크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이 들고 있던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전량 매각하며, 매각 자문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선정됐다.

웅진그룹은 "예상치 못한 재무리스크로 향후 그룹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위기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모든 부채를 정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재무부담을 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모든 부채를 정리하고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 매각은 지난 3월 모회사인 웅진씽크빅을 앞세워 인수한지 3개월 만이다. 지난 2012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그룹 전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던 것을 되사왔다. 당시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약 2000억원을 들여 추가 인수, 25.08% 지분을 확보했다.

인수대금은 대부분 빌렸다.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1000억원을 차입하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5000억원을 보탰다. 웅진씽크빅은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에 인수 직후부터 무리수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웅진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웅진에너지를 비롯해 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웅진에너지의 감사의견 거절로 위기를 맞았다. 웅진에너지 매각으로 웅진코웨이 인수대금 일부를 충당하려 했지만, 웅진에너지가 태양광사업 악화로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으면서 계획이 어긋났다. 웅진에너지는 현재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그룹 신용등급도 계속 낮아져 채무부담이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웅진그룹의 신용등급을 두 차례나 낮췄다. 2월에는 웅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고 4월에는 웅진의 신용등급을 BBB-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매각이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본다.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는 회사별 평가가 엇갈린다. '알짜' 웅진코웨이는 더 나은 모회사를 만나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그러나 그룹 지주사인 웅진은 힘들게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다시 토해낼 정도로 재무 위기가 커졌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웅진씽크빅은 인수주체인 탓에 무리하게 CB 발행까지 했었는데 이제 과다한 차입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고, 코웨이는 더 안정적인 모회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코웨이 자체 사업은 좋지만 모회사 지원 리스크가 있었는데 좋은 주인을 찾으면 본 사업에 집중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웅진코웨이는 최근 웅진의 렌탈사업을 약 495억원 규모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적자사업을 떠안것은 물론, 브랜드 로열티, 배당도 지급하며 모회사 부실을 일정부분 감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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