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강현석 빚투…65만원 받으려고 비싼 소송했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9.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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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빚투 피해' 주장한 A씨가 활용한 '지급명령', '비용 저렴+절차 간단'…포기하기 쉬운 '소액 채권' 돌려받는 데에 활용 가능

강현석(왼쪽), 이승윤(사진=MBC 제공)강현석(왼쪽), 이승윤(사진=MBC 제공)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씨가 '빚투' 폭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면서 널리 알려진 강씨는 65만원을 빌려간 뒤 갚지 않고 연락을 회피했다는 주장이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동네 선후배 관계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는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신용카드 대금 명목으로 65만원을 빌려 간 강씨가 약속과 달리 정해진 날까지 갚지 않고 연락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네이트에 올린 글에서 A씨는 돈을 돌려 받기 위해 강씨 집에 찾아갔지만 "(법대로)소송을 걸라"며 적반하장으로 대응해 결국 실제로 소송에 나섰다고 썼다.

논란이 커지자 강씨는 하루만에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이 사실이고 당사자 A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알렸다.



또 하나의 연예계 빚투 사건이 일단락된 가운데, A씨가 65만원을 받기 위해 '소송'에 나섰단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비싼' 법률비용을 감안하면 65만원을 받아내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단 것은 어렵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A씨가 활용한 법적 대응은 '지급명령'제도다.


채권·채무 분쟁이 있을 때 합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승소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변호사를 별도로 선임해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소송에 나서더라도 소장을 작성하고 출석해야하는 등 여러 난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안에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법원이 마련한 제도가 '지급명령'이다.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 출석하는 대신 '지급명령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검토해 요건을 갖춘 정당한 주장일 경우에 그 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법정에 출석해 변론이나 심문을 거치는 어려운 과정이 없으므로 1~2달 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소 수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는 일반 민사소송 절차와 다른 점이다.

A씨 사례의 '65만원'이란 금액은 민사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돌려받기 위한 법적 대응엔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 그리고 어려운 '법률용어'가 문제되곤 한다. 이를 악용해 소액을 빌려간 뒤 "법대로 하라"고 오히려 큰 소리치고 발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경우엔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선 법원을 통한 해결을 생각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급명령을 통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복잡한 소송절차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신청할 수 있다.

변호사와 법무사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인지대와 송달료 정도만 든다. 인지대는 지급명령 신청서에 붙여야 하는 국가가 발행하는 '수입인지'가격을 말한다. 일종의 법원 소송절차 이용료다. 인지대는 청구금액에 비례하는데 못받은 돈이 1000만원이면 5000원, 1억원이면 4만5500원 정도다. 지급명령에서도 청구금액에 제한은 없다. 지급명령 비용으로 볼 수 있는 인지대와 송달료는 법원이 지급명령 결정을 내려주면 채무자에게 못 받은 돈과 함께 청구할 수도 있다.

송달료는 법원에서 소송 관련 서류를 사건 관계자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지급명령을 신청하려면 기본 송달료 5만7600원을 납부하고 추가 송달 및 주소보정을 신청할 경우에만 추가 송달료를 납부하면 된다.

지급명령신청서 양식/대법원지급명령신청서 양식/대법원
A씨는 지급명령을 통해 65만원을 빌려 간 강씨에게 받아야 한다는 점을 법원에서 인정받은 뒤, 이를 근거로 강씨의 부모에게 연락해 대신 변제받았다.

지급명령이 확정된 이후에는 지연 이자가 추가로 붙기 때문에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압박할 수도 있다. 아울러 법원에서 내준 지급명령을 활용해 채무자 재산(예금, 동산, 부동산, 임금 등)에 대해 '강제집행'도 신청할 수 있다.

자동화된 지급명령서비스를 하고 있는 박의준 변호사(머니백 대표)는 "채무자가 괘씸한 경우엔 10만원을 받아내기 위해 지급명령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송절차에 비해 저렴하고 간단해 매년 지급명령 이용자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빚투 사건에선 소멸시효가 지난 것도 문제가 되곤 하지만, 법적으론 돈을 받기로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채권이 소멸된다.

민사채권 소멸시효는 채권·채무자가 모두 상인(商人)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엔 대여금·임대차보증금·투자금은 10년이다. 채권·채무자가 모두 상인인 경우라면 5년으로 줄어든다. 공사대금·물품 판매대금(매매대금)은 3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박 변호사는 "시효가 지났더라도 지급명령 신청 후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엔 돈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며 "시효 중간에 지급명령, 소송이나 가압류 등을 신청했거나 상대방이 채무를 인정한 경우엔 소멸시효가 중단돼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 결정을 받으면 법원을 통해 채무자에게 재산이 있는지 찾아볼 수도 있다.채무자에게 당장 재산이 없더라도 지급명령 결정 후엔 채무자 월급을 압류하는 방법으로도 받아야 할 돈을 나눠 지급받을 수도 있다.

채무자에게 당장 재산이 없거나 월급이 없는 경우라도 채권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지급명령 결정을 받아 두면,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10년 다시 늘어나는 셈이어서 채권자 입장에선 유리해진다. 그 이후 10년 안에 언제든 채무자가 재산이 생긴다면 강제집행을 신청해 볼 수 있다.

연예계 빚투 사건을 비롯해 일반인 사이에서도 채무관계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은 주의할 필요는 있다. 때에 따라 오히려 채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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