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깅스의 일상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미국의 2017년 레깅스 수입량은 2억장으로, 사상 처음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우리나라에서도 레깅스가 '애슬레저'(일상복으로 입는 운동복)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345억원이었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0억원 △2017년 6800억원 △2018년 6950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레깅스가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부터 '성 상품화'가 지나치게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패션 업계는 레깅스 성 상품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운동복 본연의 기능보다 몸매 보정 등 효과를 앞세워 광고 및 홍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최근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는 신제품 광고로 인해 여성들에게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젝시믹스 고가라인으로 론칭된 '블랙라벨' 광고 영상에는 여성 9명이 등장, 레깅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젝시믹스 'XEXYMIX BLACK LABEL TV CF ver 1.0' 광고 화면 캡처/사진=젝시믹스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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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B씨도 "대체 뭘 광고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라며 "여성 레깅스의 성 상품화의 끝을 보여준 것 같다. '운동'복을 파는 회사인데 여'성'에만 초점을 맞춘 불쾌한 영상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 역시 기능보다 여성의 몸매에 중점을 두고 레깅스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애련 안다르 대표가 체형에 자신이 없어 직접 요가복을 만들었다고 밝히면서다. 신 대표는 한 방송에서 "체형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옷의 문제라고 생각해 요가복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누리꾼 C씨는 "운동복인데 자기체형이 마음에 안 들어서 보완하려고 만들었다는 인터뷰 보고 시작부터 잘못된 브랜드 아닌가 싶었다. 안다르 제품 즐겨 입었는데 제작 목적이 몸매 보정인 걸 알게 된 후론 손이 잘 안 간다"고 전했다.
레깅스가 패션 산업의 상술로 이용되며 급기야는 '골반뽕' 레깅스까지 등장했다. 골반 라인에 패드가 달린 레깅스를 판매하는 홈페이지엔 '볼륨감 없는 하체', '짧은 다리 콤플렉스', '닭 다리 같은 종아리 알' 체형에 추천한다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
레깅스 '성 상품화' 현상이 강해지자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레깅스 착용을 민망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직장인 박모씨(23)는 "한 남초 커뮤니티에 '요즘 레깅스 패션'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거기에 '이런 유행 감사', '레깅스 패션 만든 사람 상줘야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레깅스 입은 여성이 성적 대상화 되고 있다는 증거다. 레깅스를 입으면 저런 시선으로 볼까 봐 무서워졌다"라며 "레깅스를 성 상품화하는 건 업계는 물론 소비자 차원에서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