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9명 사망" 집배원 노동조건 어떻길래…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9.06.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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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연간 2745시간 노동, 韓 평균보다 693시간 더 일해…우본 "재정악화로 당장 증원 어려워"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이 다음달 7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우편 대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정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직접적인 배경은 최근 잇단 집배원들의 사망사고다. 지속적인 재정 위기 상황에서 보편적 서비스라는 이유로 집배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정노조는 2000명 집배원 인력 증원과 주5일 근무 보장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만족할만한 타협점을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이 제시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우본은 정부 기관이다. 핵심 요구조건인 집배원 증원을 위해선 추가 예산 편성이 불가피한데, 국회가 이를 동의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집배원 9명 사망…年 2754시간 근무=25일 우본과 우정노조에 따르면 지난 19일 당진우체국 소속 집배원이 사망하는 등 올들어 과로사 추정 집배원 사망사고가 9건에 달한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19명의 집배원이 사망했고 지난해에는 25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우정노조 측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집배원들의 사망사고 이유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우본 노사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성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하 개선기획단)’에 따르면, 2017년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693시간 더 많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집배원들이 평균보다 87일 더 오래 일한 셈이다. 연간 노동시간이 3000 시간이 넘는 우체국도 13곳(1388명)으로 조사대상 집배원의 8.4%를 차지했다.



이들은 배달 물량이 집중되는 명절에는 주당 68~69.8시간 근무했다.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화되면서 우정사업 수익이 매년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편 서비스’라는 이유로 민간 택배 기업들조차 외면하는 도서산간 벽지 배송과 주말 근무 등이 이어지는 등 집배원들의 근로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게 우정노조의 설명이다. 개선기획단은 지난해 10월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노력 등을 권고했고 우본도 이에 합의했다.
"올해만 9명 사망" 집배원 노동조건 어떻길래…


◇우편사업 악화, 예산도 삭감…“당장 증원 어렵다”=관건은 인력 충원을 위한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다. 우본은 우편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돼 자체 우정사업 예산으론 당장 인력을 증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본에 따르면 지난해 우편사업에서 지난해 14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적자 폭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달 초 열린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에서 집배원 증원과 관련해 “2011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재무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우본은 향후 재정 여건과 우편시장 전망, 우편물량 변화 등을 고려해 증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본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집배인력 1700여명을 증원했으며 사고위험이 높은 오토바이를 1인승 전기차로 교체하고 도서, 산간지역은 드론을 이용한 배달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기차와 드론 투입만으로 집배원들의 업무 과중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우정사업 자체 예산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집배원 증원을 위해선 추가 예산편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국회 협조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 우본은 개선기획단의 권고에 따라 올해 약 1000명의 집배원을 증원하기 위해 지난해 관련 추경 예산 편성안을 국회 제출했지만 불발됐다. 우정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국회가 열리는 대로 집배원 증원에 대한 추경 예산 편성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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