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온 연예인│② 백종원의 요리부터 강민경의 노래 부르기까지

임현경 ize 기자 2019.06.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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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진출한 연예인들이 단순히 유명세만으로 ‘좋아요’와 ‘구독’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과 달리, 이들은 유튜브 환경의 특성과 미디어 수용자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연예인들이 출연 또는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중 분야별 ‘맛집’을 소개한다.
유튜브에 온 연예인│② 백종원의 요리부터 강민경의 노래 부르기까지


-Vlog: ‘신세경 sjkuksee’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브이로그다. 특별한 장치 없이 자신의 경험 중 일부를 공유하는 일은 제작하는 쪽에서 부담이 적은 데다 소통을 원하는 팬들의 마음도 충족시킬 수 있다. 지금은 태연, 차학연, 이하늬 등 여러 연예인들이 브이로그를 선보이고 있으나, 그 시작에는 지난해 가을 문을 연 신세경의 채널이 있었다. 신세경은 브이로그(Video+Blog), 즉 영상으로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다. 신세경은 마치 일기를 쓰듯 어느 시점 동안 있었던 일을 큰 주제 없이 조각조각들로 모아 기록한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는 능숙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고, 쉬는 날엔 반려견 진사와 산책을 즐긴다. 그리고 김치찌개, 빠에야, 스콘, 파운드 케이크 등 다양한 음식들을 직접 요리해 먹는다. 다른 브이로그가 화면 가득 해당 연예인이 등장하고 편집자의 손을 거친 듯한 썸네일이나 효과가 첨가되는 것에 반해, 신세경의 브이로그는 신세경이 1인칭 시점에서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이 주를 이룬다. 신세경이 바라보는 강아지들, 신세경이 만드는 음식들이 신세경의 얼굴보다 훨씬 자주 등장한다. 이것이 신세경이 팬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자신의 감상과 심경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신세경은 대중과 마주서서 자신의 모습을 담는 대신, 나란히 서서 그가 보는 세상을 시청자들도 함께 보도록 한다.



유튜브에 온 연예인│② 백종원의 요리부터 강민경의 노래 부르기까지
-요리: ‘백종원의 요리비책’
지난 10일 공개된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3일 만에 구독자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유튜브 요리 분야에선 ‘끝판왕’이 등장한 셈이다. 백종원은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레시피가 아닌 다른 것들이 ‘백종원 레시피’로 알려지는 것을 보고 유튜브 진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사실 이 채널에서 백종원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존 미디어에서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간다. ‘백종원 레시피’에서는 뚝배기 계란찜, 김치찌개, 돼지목살 카레 등 쉽고 간편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업소를 위한 코너도 있다. ‘대용량 레시피’에서는 제육볶음, 감자 사라다(샐러드) 등 한 가지 메뉴를 100인분씩 만드는 방법을, ‘장사 이야기’에서는 자영업자를 위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백종원이 늘 하던 걸 하는 것뿐인 이 채널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다른 방해 요소를 제외하고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를 돕자는 취지를 잃고 방송의 극적 효과를 위해 무리수를 두며 비판받고 있는 상황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청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특정한 방향으로 입힌 자막이나 효과 없이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튜브에 온 연예인│② 백종원의 요리부터 강민경의 노래 부르기까지
-먹방: ‘뽐뽐뽐’
‘뽐뽐뽐’은 구독자수 71만 명을 확보한 에이핑크 보미의 채널이다. 보미는 이 채널에서 브이로그, 안무 연습, 메이크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먹방’이다. 특히 초롱과 함께한 응급실떡볶이 먹방은 조회수 330만회를 넘기며 큰 호응을 얻었다. 보미는 라텍스 위생장갑에 ASMR 마이크까지 구비하고서 본격적인 먹방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MBC ‘진짜 사나이’에서 떡볶이를 세 개씩 삼키던 보미의 먹성이 먹방을 만나 유감없이 발휘된다. 여타 먹방 유튜브처럼 독특한 음식을 체험한다든가, 여러 가지 메뉴를 거하게 차려놓고 대식가임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보미의 먹방에는 묘한 흡인력이 있다. 한입 한입을 먹을 때마다 보미의 얼굴에 비치는 행복감 때문일 것이다. 항상 체중 증가를 두려워하고 몸매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여자 아이돌들에게 마음 놓고 먹을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여자 아이돌들은 먹방보다 다이어트에 익숙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OO 다이어트 식단’은 탄수화물, 지방, 염분을 최소로 줄인, 식도락과는 거리가 먼 금욕적인 식재료들로 구성돼 있다. 보미 역시 드물게 다이어트 콘텐츠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영상 속 보미는 절제하는 날보다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는 날이 많고, 몸매 걱정 없이 자유로운 보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기쁨을 준다.



유튜브에 온 연예인│② 백종원의 요리부터 강민경의 노래 부르기까지
-예능: ‘와썹맨’
god 출신 박준형이 출연하고 JTBC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한 ‘와썹맨’은 웹예능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관계자들이 ‘와썹맨’을 모니터링하며 유튜브식 예능의 편집법을 익히고 콘텐츠를 구상할 정도였다. BJ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특정 활동을 체험해 보는 구성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지상파부터 케이블 방송사, 아프리카TV까지 늘 존재했던 콘텐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썹맨’이 구독자수 193만명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튜브라는 매체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편집 방식에 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변화시킨 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들은 짧은 시간, 집중력을 크게 요하지 않는 선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와썹맨은 이에 최적화되어 있는 콘텐츠로, 각 영상은 대부분 10분 내외에 길어도 15분을 넘지 않을 정도로 짤막하며, 컷 편집 사이사이 들어간 자막은 크고 뚜렷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대통령도 ‘브라더’라 부를 정도의 친화력을 자랑하는 박준형은 목소리가 크고 비언어적 표현, 즉 제스쳐를 다양하게 구사한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야외나 대중교통 등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불편함을 겪지 않는다. 현재 ‘와썹맨’은 특정 지역이나 상품, 새로운 앨범이나 영화를 홍보하는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성 예능 방송의 역할이 웹 예능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은 기존 유튜브 관련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들도 긴장하게 만드는 현상임이 분명하다.

유튜브에 온 연예인│② 백종원의 요리부터 강민경의 노래 부르기까지
-노래 커버: ‘강민경’
다비치 강민경의 유튜브 채널은 커버(cover, 타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소화해서 보여주는 것) 영상 맛집이다. 반려견 휴지와 함께하는 브이로그 영상도 인기가 많은 편이지만, 채널 내에서 전반적으로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는 노래커버 영상이다. 대표 영상은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커버한 것으로 조회수가 134만회에 달한다. 강민경은 탄탄한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바탕으로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다. 주로 잔나비, 방탄소년단, 폴킴 등 남성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는데, 남성의 목소리로 불렸던 노랫말과 감성이 강민경의 목소리를 만나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같은 발라드 장르라고 해도, 강민경이 여성 솔로나 듀엣으로서 보였던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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