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필자가 자주 방문하는 가치투자관련 인터넷 카페에 최근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대리운전, 건설현장 일용직 등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해온 40대 초반의 A씨가 주식 전업투자자가 되겠다고 올린 글이었다.
또한 잃을 게 없는 상황에서 희망이 없는 삶을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 회의감이 들 때 전업투자로의 유혹은 정말 치명적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자신의 심정을 절절히 토로했다.
◇전업투자를 고려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동기는
지금까지는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주식 전업투자를 해보겠다고 올린 글은 많았지만,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전업투자를 하겠다고 올린 글은 거의 처음이었다. 투자경험도 6개월밖에 안 된다고 해서 더 걱정됐다. 가치투자관련 카페인 만큼 단타 매매 보다는 중장기 투자를 하겠다고 올린 글이다.
며칠 뒤에 다시 카페에 들어가보니 무려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너무 무모한 시도라며 다른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글 게시자인 A씨와 같은 초보 투자자, 직장인 등 많은 사람들이 전업투자를 고려하는 동기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업투자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자금은 필요하지만, 나이·학력·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계좌를 개설해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전업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전업투자가 하고 싶어서 전업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기 싫어서 전업투자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남이 하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의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전업투자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전에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 중 재밌는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전업투자를 하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하루 종일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닌 만큼 낮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아니면 오후에 등산이나 낚시를 가는지 궁금하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 질문은 전업투자의 ‘전업’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물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전업’(專業)이란 ‘한 가지 일이나 직업에 전념 일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명실상부한 전업투자자가 되려면, 최소 매일 9시간 이상 오로지 종목 리서치 등 투자관련 업무에만 집중해야 한다.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주식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칼퇴가 아니라 오히려 야근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낮에 책보고 오후에 등산가는 등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바에는 굳이 전업(專業)투자자가 될 필요가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투자방식인데, 직장을 그만두고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만약 전업투자 대신 직장을 관두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유튜브가 전업투자 부추긴다?
A씨가 전업투자를 결심한 데에는 유튜브가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보였다. A씨는 유튜버들이 올린 주식투자 관련 유튜브를 보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더 쉽게 대하는 계기 중 하나는 유튜브다. ‘전업투자자 와시즈’, ‘창원개미TV’, ‘린지와 소공’, ‘해자라면’ 등 많은 유튜버들이 주식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는데, 제대로 된 콘테츠도 있지만 주식을 예능의 소재로 삼거나 단타를 부추기는 유튜버들도 많다.
또한 유튜버들이 불과 몇 분만에 하루 일당보다 많은 돈을 금방 버는 동영상을 보면 정말 혹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정말 그렇게 돈을 버는 게 유튜버만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사람 대부분은 전업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단타 매매 대신 중장기 투자 위주로 전업투자를 하려면 자금이 10억원은 돼야 안정적이다.
이 경우 10억원을 가지고 견실한 고배당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대략 5000만원 정도의 배당금 수익을 누릴 수 있고 시세차익까지 누린다면 총 1억원에 가까운 수익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포트폴리오를 굴리기 위해서는 직장을 못 다닐 만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이런 포트폴리오를 보유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체로 직장을 다니며 받는 연봉 5000만원이 10억원의 자산을 가졌을 때 얻을 수 있는 배당금 수익과 맞먹는다는 사실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매년 배당금 수익 5000만원을 창출할 수 있는 10억원 가치의 자산(=직장)을 왜 버리겠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업투자자를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사람은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전업투자를 안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