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C, 40년 기업 모태 '필름사업' 매각 추진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태성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9.06.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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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사업 인수자금 등 2차전지 사업 실탄 확보차원에서 거론…IR서 "검토 중 확정된 것 없다"…증권가 "이르면 3분기 안 가시적 결론" 관측

[단독]SKC, 40년 기업 모태 '필름사업' 매각 추진


SKC (111,200원 ▼8,400 -7.02%)가 40년간 기업의 모태가 됐던 필름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차원에서 진행되는 '2차전지 소재기업 전환'이라는 과제를 위해 적잖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매각 가능성을 일단 부인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올 3분기 안에 가시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116,000원 ▼2,400 -2.03%)-SKC'로 연결되는 2차전지 수직 계열화가 그룹 차원에서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는 조만간 중동계 투자사를 대상으로 필름사업 인수의사와 가격 등을 타진한 뒤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지분 49%를 7000억원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SKC는 1973년 선경석유로 출발해 1977년 국내 최초 폴리에스터 필름개발에 성공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크, 레이저디스크 등을 연이어 개발하는 등 필름의 대표기업으로 활약해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프로필렌옥사이드(PO),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 등의 화학산업과 PET필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인더스트리 소재(포장, 디스플레이, 열수축, 태양광 필름) △화학(윤활제, 화장품, 가전제품 등) △전자재료(반도체 부품) △BHC(화장품, 건강식품) 등으로 사업부문이 나눠져 있다.


이번에 매각이 논의되는 것이 필름사업으로 불리는 인더스트리 소재부문인데 회사 매출의 45%가량(2018년 기준 1조2686억원)을 차지한다.

시나리오는 열려있는데 SKC가 필름사업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든 후, 지분 49%를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증권가는 본다. 잔여지분 51%로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회사에 필요한 현금도 유입되는 구조다.

이 자금은 다시 2차전지 사업의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SKC는 2차전지 소재사업을 위해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보유한 KCFT(옛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동박(Copper foil)은 2차전지 핵심소재로 KCFT는 초극박, 고강도 제품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글로벌 업체로 꼽힌다.

SKC는 신중한 입장이다. 본지 취재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나, 이달 중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는 SKC가 시너지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는 분리막(LiBS) 사업을 넘겨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여기에 양극재와 음극재만 더하면 2차전지 핵심소재가 모두 SKC에 집중된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사업도 2차전지 수직계열화와 시너지 차원에서는 SKC가 이를 가져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라인업이 구축되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SKC는 KCFT의 매출액이 2020년 5024억원에서 2023년 908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26억원에서 2269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 (116,000원 ▼2,400 -2.03%)에 있는 분리막 사업도 2025년 글로벌 점유율 1위, 영업이익 8000억원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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