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너지 등급 강화, 1등급 에어컨이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2019.06.2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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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해진 에너지등급 산업부가 기준 강화해 삼성·LG 작년 1등급이 올해 3~4등급 추락…1등급 환급정책 2016년 환급액 1위 에어컨인데 정책목표 내수진작 어려울 듯

[단독]에너지 등급 강화, 1등급 에어컨이 사라졌다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구입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정책을 재추진하지만, 내수진작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올해 1등급 가전이 크게 줄어든 데다 환급 대상도 최근 가전제품 소비 트렌드와 다소 동떨어져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등급 가전제품 환급 대상을 조율 중이다. 2016년 한시적으로 실시했을 당시 환급 대상은 에어컨, 김치냉장고, 냉장고, 40인치 이하 TV, 공기청정기였다.



2016년 품목별 환급액을 보면 에어컨이 444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치냉장고 96억3000만원, 일반냉장고 44억6000만원, TV 10억7000만원, 공기청정기 657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 중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LG전자 (92,200원 ▼600 -0.65%) 제품의 환급액이 90.1%인 537억5000만원을 차지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에어컨 신제품 중 1등급은 없다. 모델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삼성전자 3등급, LG전자 3~4등급이 주를 이룬다.



2016년 정책에서 실효성 1위였던 에어컨 1등급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이 등급 변경은 정부가 이끌었다.

산업부가 2017년 냉방기, 냉난방기(냉난방 겸용 에어컨), 멀티히트 펌프시스템, 상업용 냉장고 등 4개 가전에 대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1등급 에어컨이 갑자기 3~4등급으로 올해 추락한 것이다. 시장에 에어컨 1등급은 중견기업인 오텍캐리어(CSV-Q077AI, Q097AI) 두 종만 남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 6번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무풍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 6번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무풍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TV의 경우 삼성전자는 현재 40인치 이하 소형 TV를 생산하지 않는다. 국내 TV시장 무게중심은 지난해부터 55인치 이상 대형,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적용제품 인치 제한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올해 환급액 규모는 2016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신 1등급 중소기업 가전제품 판매는 어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등급 에어컨이 올해 3등급이 되는 등 매년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이 깐깐해지고 있다"며 "전력사용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1∼2등급 가전을 대상으로 시행할 경우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1등급 가전제품 환급을 다시 추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건 재원 마련 방법이었다. 2016년 환급 재원은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했다. 이익금을 에너지 효율 향상 투자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서다.

올해는 2016년 방식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이 이익은커녕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 1분기에서 62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장 한전 이사회는 1등급 가전제품 환급처럼 '한전 돈'이 요구되는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완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재정 투입은 기재부 예산실 반대에 부딪혔다. 에너지 효율 향상 몫으로 쓸 수 있는 마땅한 예산, 기금이 없어서다. 다른 제품보다 비싼 1등급 가전제품에 가격 보조를 할 경우 고소득층만 혜택받는 점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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