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공생→행복…'최태원 회의 키워드' 보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6.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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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1회 확대회의서 매년 경영키워드 발표…올해 25일 '행복' 화두로 개최

'2017년 변화(딥체인지2.0)-2018년 공생(사회적가치)-2019년 행복(구성원행복지도)'



회의 키워드를 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어젠다가 보인다. 딥체인지2.0으로 대표되는 혁신과 변화에서 사회적가치 창출로 이어졌던 그룹 핵심 경영전략을 구성원 행복 추구를 중심으로 한 행복경영으로 이어간다.

최 회장은 오는 25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19 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16개 관계사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 40여 명이 모이는 SK그룹의 연중 최대 규모 경영전략회의다. 최 회장은 2015년부터 회의를 직접 주관하고, 2016년부터는 매년 경영화두를 던졌다.



혁신→공생→행복…'최태원 회의 키워드' 보니


2016~2017년의 화두는 '변화'였다. 최 회장은 2016년 회의에서 "경영환경이 변하는데 따라 돈 버는 방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SK그룹은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진짜 전쟁이었다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경영진을 질책했다.

2017년에도 변화와 혁신을 외쳤다. 최 회장의 대표적 슬로건 중 하나인 '딥체인지(Deep Change) 2.0'이 여기서 강조됐다. 그러나 최 회장 발언에서 경영철학의 변화가 감지된다. 최 회장은 당시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식 언급하기 시작했다.

2018년 회의에서는 그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확인된다. 최 회장은 "사회와 고객에 친화적인 기업은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한다"며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라"고 지시했다. 최태원식 사회적가치 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변화와 혁신, 사회적가치를 말하는 동안 SK그룹은 빠르게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 자산총액(공정자산)이 지난해 189조5000억원에서 올해 218조원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1년 새 30조원 가까이 그룹의 덩치가 커진 셈이다. 조만간 현대차를 제치고 삼성에 이어 재계순위 2위에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세를 몰아 최 회장이 올해 회의에 앞서 정한 키워드는 '행복'이다. '구성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지속가능하다'는 철학이 바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딥체인지와 사회적가치, 행복 등은 모두 결국 어떻게 기업을 잘 존속시키고 성과를 낼 것이냐의 문제"라며 "최 회장의 고민도 이 지점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미 각 계열사에 '행복지도' 작성을 지시했다. 어떻게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계획을 구체화하라는 거다. 올해 회의에서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개막 세션 이후 하루 종일 CEO들이 이 행복지도를 발표한다. 최 회장과 조 의장, 동료 CEO 앞에서 그야말로 숙제검사를 받는 셈이다.

최 회장은 행복지도 발표를 모두 청취한 후 마무리발언을 한다. 올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터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가치를 성과로 이어내느냐 마느냐가 각 계열사 행복지도 평가의 핵심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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