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40명 보낸 상산고 울게한 '옥의 티' 3가지 (종합)

머니투데이 조해람 인턴기자 2019.06.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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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강경 투쟁" 예고…남은 절차는?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주 상산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상산고가 자사고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인 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아 재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20일 밝혔다. 상산고는 31개 지표 중 15개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과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지정 기준점에 미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산고는 청문과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를 거쳐 자사고 지위 박탈 여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교육부 장관은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교육부 장관이 동의할 경우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상산고 "강력 투쟁하겠다" 반발…교육계 찬반 갈려
자사고들은 술렁였다. 올해 첫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인 상산고가 '기준 미달'을 받은 만큼, 이번 2기 재지정 평가에서 상당수 자사고가 지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며,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진보성향 교육감 14명이 자사고 폐지 정책에 동의하고 있어 자사고들은 더 불안에 떨고 있다.



상산고 측은 이날 입장을 내 "교육청의 평가결과 발표 내용이 형평성과 공정성, 적법성에 크게 어긋났다"며 "부당성을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상산고는 전북도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을 교육부가 권고한 커트라인인 70점에서 10점 올려 잡았다며 "정해진 결론인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과 편법이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삼옥 상산고등학교 교장이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실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박삼옥 상산고등학교 교장이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실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교육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이날 "일방적인 재지정 기준, 평가 지표 변경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교육부를 향해서도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는 고교서열화 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교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의 문제로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며 "정부는 반복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서둘러서 이행해야 한다"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상산고는 어떤 학교? '수학의 정석' 홍성대가 설립한 '전북지역 명문'
상산고는 고등학생들의 수학 참고서로 오랜 사랑을 받아온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박사가 설립한 학교다. 홍 박사는 자신의 저서 '수학의 정석'을 통해 얻은 재산과 남은 삶의 정열을 교육활동에 바치겠다는 결심으로 1980년 학교법인 상산학원을 설립, 1981년 전주에 상산고등학교를 개교했다.

홍 박사는 상산고 설립에 사재 451억원을 출연하고 학생 기숙사 확충에 190억원을 더 보태는 등 상산고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상산고는 개교 초기부터 지역 명문으로 자리잡았다. 2만여 평의 부지 위에 본관, 과학관, 도서관, 학생회관, 생활관, 복지회관, 기숙사 등 각종 교육시설을 갖춘 것도 홍 박사의 적극적인 지원 덕이었다.

상산고등학교 정문/사진=뉴스1상산고등학교 정문/사진=뉴스1
상산고는 2002년 자사고로 지정되며 강원도의 민족사관고등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명 자사고로 성장했다. 2018년 서울대학교에 30명, 2019년 40명을 보내는 등 입시에서도 높은 결과를 냈다.

한편 '지역 명문고'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 박탈 위기에 지역 여론은 우려하고 있다. 호남지역에 지지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20일 "낙후지역에서는 그나마 교육여건이 좋은 자사고가 지역인재를 붙잡아두고 타지역 인재도 끌어들여 지역격차 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교육부는 진지하게 재고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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