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연락 한 번 없다... 자식 죽자 나타난 부모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6.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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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 친모, 보험금 받으러 와"…현행법 자녀 양육 게을리해도 상속 가능

지난 4일 오전 7시 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공주소방서 대원들과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사진제공=공주소방서지난 4일 오전 7시 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공주소방서 대원들과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사진제공=공주소방서


지난 4일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예비신부의 친모가 연락이 끊긴 지 30년 만에 보험금을 받으려고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와 공분을 샀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친모가 자식의 사망보험금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사례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 개정으로 불합리한 상속 분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 친모, 30년만에 보험금 받으러 왔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망한 예비신부의 사촌이라 밝힌 글쓴이는 "(예비신부의) 부모가 이혼하면서 1살 무렵부터 동생(예비신부)이 저희 집에서 함께 자랐다. (예비신부의 아버지인) 외삼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며 자신이 예비신부의 '작은언니'였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어려운 형편에도 동생이 어디가서 기죽지 않기위해 노력하며 키웠다"며 예비신부가 사실상 자신의 가족과 함께 자랐다고 설명했다. 예비신부의 청첩장에도 고모와 고모부(글쓴이의 부모)의 이름이 부친과 모친으로 올려져 있을 정도였다.

이어 "슬픈 상황에서 키우지도 않은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아이의 목숨값을 여기저기서 타내려고 하고 있다"며 "동생의 장례시장에 오지도 않은 친모가,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용해지는 것 같자 보험회사나 (예비신부가) 재직하던 회사로 돌아다니면서 사망보험금을 신청하고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앞서 글쓴이의 '동생'인 예비신부 최모씨(30)는 지난 4일 오전 7시27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6㎞ 부근에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에 타고 있던 조현병 환자 박모씨(40)와 박씨의 아들(3), 승용차를 몰던 예비신부 최씨가 숨졌다.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천안함 폭침 때도 '사망보상금' 두고 분쟁
2014년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모습./사진=뉴스12014년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모습./사진=뉴스1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고 연을 끊은 친모가 자녀 사망 후 보험금을 얻으려고 나타난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2014년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당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경주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는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로 부산외대 재학생과 입학생 9명 등 사망자 10명을 포함해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다.

희생자 윤체리양(19)의 아버지 윤철웅씨(48)와 생모 김모씨(46)는 사망보상금 5억9000만원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두 사람은 2002년 이혼하고 체리양은 윤씨가 키웠다. 연락 없던 김씨는 윤양이 죽자 사망보상금 중 2억95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윤씨는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영결식 끝나자 마자 생모 측 변호사가 생모 동의 없이 보상금 지급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엄마라는 여자는 변호사 선임해서 그런 공문을 보낼 생각을 하다니 내가 어떻게 저런 여자랑 살았을까 소름이 끼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 여자는 변호사 선임 하러 목포에서 서울까지 왔었으면서도 우리 체리가 안치된 곳에는 한번도 찾아오질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천안함 피격 1주기를 맞아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해군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구축함 양만춘함(맨앞)을 비롯한 호휘함, 초계함들이 일렬로 물살을 가르며 나가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2011년 천안함 피격 1주기를 맞아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해군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구축함 양만춘함(맨앞)을 비롯한 호휘함, 초계함들이 일렬로 물살을 가르며 나가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도 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이 사고로 희생된 고 신선준 상사의 친모 권모씨는 27년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보험금 절반을 몰래 받아갔다.

이혼한 뒤 연락이 끊겼다가 27년 만에 나타난 권씨는 국가보훈처에서 신 상사의 군인사망보상금 2억원 가운데 1억원, 군인보험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가져갔다. 권씨는 월 80만원씩 지급되는 군인연금 40만원도 매달 지급받았다.

이에 신 상사를 키운 아버지 신국현씨는 권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과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신씨는 권씨에게 군인사망보상금 및 군인보험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권씨는 매달 받는 군인연금을 포기하라'고 조정했고 두 사람은 법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신씨는 아들을 생각해 법원 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 자녀 양육 게을리 해도 상속 가능…박대출 의원 '부양의무소홀방지법' 대표 발의

불합리한 상속 분쟁이 계속되다 보니 법적으로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에게 상속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3월 자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를 상속인의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부양의무소홀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부모가 자녀의 양육 책임을 방기해도 이를 상속의 결격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등을 살해 또는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사기·강박으로 조작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상속인의 결격 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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