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부터 3대째 '속초 동아서점'이 특별한 이유

머니투데이 속초(강원)=양성희 기자 2019.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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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할아버지, 아버지 이어 3대째…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건 매니저와 아내 이수현 매니저, 딸 연수양(왼쪽부터)/사진=양성희 기자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건 매니저와 아내 이수현 매니저, 딸 연수양(왼쪽부터)/사진=양성희 기자


속초의 풍경이 변했다. 고층 아파트가 설악산 조망을 가리고 여행자들이 닭강정부터 찾으면서다. 하지만 산과 바다, 호수, 그리고 동아서점은 언제나 그대로다. 1956년 문을 연 동아서점은 6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소설가 정이현의 단골 서점이자 여행자들의 '힙플'(명소)로도 입소문 났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건 매니저(32)를 최근 강원 속초 동아서점에서 만났다. 김 매니저는 2015년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한때 단골 손님이었던 아내 이수현 매니저(30)도 그와 함께 동아서점을 키워가고 있다.

처음부터 대를 이을 생각은 없었다. 김 매니저는 대학시절 아버지를 볼 때마다 "서점 그만 하시라"고 노래를 불렀다. 동네서점이 하나둘 사라져가던 시기였다. 그는 책밭에서 나고 자라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지만 '아버지의 서점'을 운영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안 해봤다.



하지만 2014년 어느날 "서점 해 볼 생각 없느냐"는 아버지의 전화 한통에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른즈음 미래가 안 보이던 서울살이, 사회생활에 지친 탓이었다. 두 형을 제치고(?) 아버지의 선택을 받은 이유를 묻자 "형들과 달리 혼자서만 자리잡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 홍보 사원으로 일했다.

그는 도피처 삼아 돌아온 고향에서 새 꿈을 꿨고 동아서점을 '특별한 동네서점'으로 바꿨다. 자동으로 책을 공급받는 '배본'을 거부하고 하루 평균 200권의 책을 직접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동아서점은 '독립출판물의 성지'가 됐다. 전체 도서는 4만권가량이다. 검색대가 없고 분류법이 독특한 것도 동아서점만의 매력이다. 한예로 '아픔을 읽는 시간' 매대엔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광주의 오월'을 다룬 책이 한데 모여 있다.

그에게 동아서점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김 매니저와 아내 이 매니저는 드라마 '연애시대' 주인공처럼 동아서점에서 직원과 손님으로 만난 사이다. 그는 "과학책처럼 소위 '빡센' 책을 주로 찾던 손님(아내)이 궁금해졌는데 용기가 없어 말 한번 못 걸었다"고 회상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고 속초가 고향인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동아서점은 '가족서점'이기도 하다. 최근 찾은 서점엔 김 매니저 부모님과 아내, 28개월 된 딸 연수양이 함께 있었다. 김 매니저는 연수양이 '4대째' 동아서점을 이어받길 원하는지 묻자 "그런 마음을 품는 것 자체로 강요가 될 수 있다"며 "훗날 딸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김 매니저는 동아서점 이야기를 다룬 책 '당신에게 말은 건다'에 이어 요즘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다. 전국 곳곳을 소개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속초편을 맡았다. 오는 8월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여행 온 손님들이 서점에서 '속초 책'을 찾곤 하는데 그동안 소개할 책이 없었던 터라 마음을 다해 작업 중이다.
1960년대, 1980년대, 그리고 지금의 동아서점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제공=동아서점1960년대, 1980년대, 그리고 지금의 동아서점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제공=동아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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