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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와 최태원이 불붙인 '이혼' 논의…해외였다면?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6.2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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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주의 vs 파탄주의…한국에서 파탄주의 도입이 힘든 이유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홍상수와 최태원, 두 사람을 계기로 '이혼'에 관한 사회적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홍상수 영화감독(59)의 이혼청구는 지난 14일 기각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59)의 이혼청구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혼법에 대한 상반된 견해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의 이혼법을 살펴봤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지난 14일 홍 감독이 아내 A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홍 감독의 청구를 기각했다. 홍 감독의 연인은 배우 김민희씨(37)다.



소송 결과가 나오자,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최 회장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최 회장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8)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45)과 내연 관계이고, 다음달 26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갖는다.

◇스웨덴, 영국, 미국, 일본 모두 '파탄주의'…"결혼 파탄 나면, 자녀 있어도 이혼 가능"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현행법상 두 사람 다 이혼이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 한국이 1965년 첫 판결 이후 50년 넘게 '유책주의'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유책주의는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견해다.

만약 한국이 다른 국가들처럼 '파탄주의'를 도입했다면, 이미 오랜 기간 별거 중인 두 사람은 모두 이혼이 가능했을 것이다. 파탄주의는 혼인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원인 제공자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장의 '재판상 이혼원인에서 파탄주의 도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거 각국의 이혼법은 유책주의가 대부분이었으나, 현재 많은 국가들이 파탄주의 이혼법으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유책주의 요소가 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순수한 파탄주의를 택했다. 스웨덴은 배우자 한 사람이 이혼을 신청하면, 그 이혼 신청은 거부될 수 없다. 상대방이 이혼에 반대하거나 둘 사이에 어린 자녀가 있어도 숙려 기간을 거쳐 이혼이 허용될 정도다.

영국과 미국도 파탄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일정 기간 별거가 있을 경우에는 상대방이 반대해도 이혼을 인정하는 편이다. 영국은 1969년 이혼개혁법에서 모든 이혼 사유들은 폐지하고, '회복할 수 없는 혼인파탄'을 단 하나의 사유로 대체했다. 다만 5개의 사유 중 하나 이상을 증명해야 성립된다. 미국의 경우 1969년 캘리포니아 주가 미국 최초로 무책주의 이혼법을 제정한 후, 모든 주에서 무책주의를 도입했다.

일본도 사실상 파탄주의를 따른다. 1987년 최고재판소 판결에서 △별거가 장기간이고 △미성숙 자녀가 없고 △상대 배우자가 이혼으로 가혹한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최근 판결에선 별거 기간과 미성숙 자녀 유무에 관한 중요성이 낮아졌다.

이후 1996년 이혼법 개정안에서 파탄주의 조항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보호를 강화하고자 했으나, 이 법은 아직 국회 통과가 되지 않았다.

◇한국이 파탄주의 도입 힘들었던 3가지 이유

왼쪽부터 홍상수 감독, 배우 김민희./사진=뉴시스왼쪽부터 홍상수 감독, 배우 김민희./사진=뉴시스
그렇다면 다른 국가과 달리 한국은 왜 파탄주의를 도입하지 못했을까. 대법원의 2015년 판결(2013므568)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당시 대법관 7명은 유책주의를, 6명은 파탄주의를 주장했다.

대법원은 먼저 다른 나라들은 '가혹조항'이 있어 파탄주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가혹조항은 파탄주의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으로 상대 배우자나 자녀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혼이 연기될 수 있다.

또 대법원은 이혼 후 부양 제도, 보상급부 제도 등 이혼 후 유책배우자에게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선 각종 이혼부양료를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혼 후에도 부양청구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당시 유책주의 판결의 이유로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낮다는 뜻이다.


순수한 파탄주의를 따른 스웨덴의 경우 성 평등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한국에 비해 약 20%p 높은 수치다. 이혼을 하더라도 곧바로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렵지 않은 셈이다.

조 부장은 이 연구에서 "혼인생활이 심각하게 파탄돼 회복의 가능성이 없을 때에는 유책, 무책을 가리지 않고 이혼 청구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혼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가혹조항과 신의칙조항 등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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