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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훼손후 노래방... 고유정이 이런 행동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6.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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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기중심적 사고 굉장히 강해…겉으론 좋은 사람인 척 위장"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사진=뉴스1'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사진=뉴스1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살인 전후에 보인 행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소름이 돋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붓아들이 숨진 당일 어린이날 행사를 제안하고, 시신 훼손 후 태연하게 현 남편과 노래방에 가는 등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이어갔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유정의 행적이 '복합적인 성격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전…의붓아들 사망 당일 커뮤니티에 댓글, 제주서 지인들과 식사도



시간순으로 보면, 1)의붓아들 사망 당일 행적에 가장 먼저 의문이 제기된다. 고유정은 지난 3월2일 오전 0시5분 자신이 사는 충북 청주의 아파트 커뮤니티에 입주 1주년 기념행사를 제안하는 댓글을 달았다. 영유아와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가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자고 제안한 것. 또 솜사탕 이벤트를 제안하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유정이 이 댓글을 남긴 날은 의붓아들 A군(4)이 숨진 날이었다. A군은 고유정이 댓글을 올린지 10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쯤 집 안에서 코 주변에 혈흔이 묻은 채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서 발견됐다.

다음 의문점은 고유정이 전 남편이 숨지기 전 2)친아들과 함께 놀이방을 찾아 아들의 성을 현 남편의 성씨로 바꿔 적었다는 것이다. 고유정은 범행 일주일 전인 5월18일 제주에서 친아들 B군(6)과 도내 한 놀이방을 찾았다. 당시 고유정은 놀이방 방문기록에 아들 이름을 전 남편 강모씨(36)의 성씨가 아닌 현 남편의 성씨인 H로 기록했다.

또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5월22일 3)지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의 현 남편 H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건 전인 지난달 22일 고유정을 만나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했지만 이상한 낌새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사건 후 돌이켜보니 그날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세제 등을 구입한 날이었다. 소름 돋았다"고 말했다.

CCTV에 포착된 영상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2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흉기 한 점과 표백제, 고무장갑, 베이킹파우더, 청소용 솔, 먼지제거 테이프, 종량제 봉투 등을 구매했다.

◇전 남편 살해 당일, 그리고 그 직후…"시신 훼손하고 태연히 노래방까지"

수상한 행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유정은 4)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는 동안 친아들 B군을 옆방에 뒀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5월25일 오후 8시~9시16분 강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이뤄지는 동안 고유정의 친아들은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펜션 내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범행 직후엔 다소 엽기적인 행각도 보였다. 5월31일, 고유정이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 아파트에서 새벽까지 5)시신을 훼손한 후 그날 밤 현 남편 H씨와 태연히 데이트한 것.

H씨는 "지난달 31일 고유정과 저녁 식사 후 노래방에 갔다가 간식을 먹는 등 데이트를 즐겼다. 고유정은 정말 태연했다"며 "그날 고유정은 지인과 밝은 모습으로 통화하기도 했다. 다음날 경찰이 고유정을 긴급 체포할 때 모든 게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 "고유정, 자기중심적 사고 매우 강해…외부 평가 위해 자신을 위장"
고유정이 지난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스1고유정이 지난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고유정은 근본적으로 내면에 자기중심적 사고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며 "자기중심적인 여성들은 외부적으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장한다. 범행 전 제주서 지인과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한 것과 시신 훼손 당일 현 남편과 노래방에 가는 등 일상생활을 한 것도 위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고유정이 현 남편의 아들 A군을 살해했다고 한다면 댓글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처럼 배려가 담긴 표현을 하며 겉으론 위장했지만 속은 악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 교수는 "고유정은 경계성, 연극성 등 복합적인 성격장애 특성을 갖고 있다. 이 경우 불안정한 감정과 파괴적인 성향을 가진 것은 물론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정서적으로 둔감하다"고 분석했다.

친아들 B군을 옆방에 두고 범행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 공 교수는 "자신의 아이가 볼 수도 있고 들킬 수 있음에도 범행을 한 것은 아들이 자기 통제 안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놀이방 방문 기록을 작성하면서 B군의 성을 현 남편의 성으로 바꿔 적은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고유정의 이런 행동은 범행 동기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전 남편에게 아이를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로 비친다"고 말했다.


공 교수 역시 "전 남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현 남편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고유정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 남편은 고유정 마음 속에서 없어야 할 사람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범행 동기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정이 어찌 됐든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로 한 고유정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걸 범행 동기와 연관시키는 과도한 해석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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