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덩치키운 쿠팡, 유통사 구태 답습 말아야

쿠팡 성장, 수익 조급증에 시장질서 무너뜨린다 협력사 지적도 되돌아봐야

최근 e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한 쿠팡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경쟁사는 물론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까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인데 비슷한 시기에 신고가 잇따른 것은 이례적이다. 유통업계에 배송혁명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쿠팡의 혁신 행보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기업들은 대체로 쿠팡이 올들어 매출 확대에 혈안이 되어 불공정 행위를 서슴지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쿠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다. 하지만 신고회사 뿐 아니라 전반적인 업계의 설명을 들어보면 쿠팡의 행보에 우려스런 부분이 적지않다. 대표적인 게 파트너사인 LG생활건강과의 마찰이다. LG생활건강은 올들어 쿠팡이 근거없는 단가인하 요구는 물론 특정상품을 독점 공급하라거나 법적 근거없이 반품을 받아달라고 요구해 마찰을 빚었고 쿠팡측이 지난달부터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었다고 밝혔다.

반면 쿠팡측은 LG생건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공급가를 유지하고 있어 거래중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쿠팡측의 설명은 공급가와 관련된 부분일 뿐, LG생건이 주장하는 부당한 거래조건 강요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신고한 위메프와 배달의민족 역시 각각 쿠팡이 납품업체들을 압박해 자사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거래 또는 계약해지를 유도하는 불공정 행위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쿠팡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시시비비는 당국의 조사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쿠팡의 공격적 행보로 협력사들과 마찰이 빈번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실제 한 쿠팡 납품회사는 "최근 e커머스 1위기업으로 성장했고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으니 적정한 가격 할인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다른 e커머스사가 자체 진행하는 할인행사 가격으로 맞추라고 해서 놀랐는데 오죽하면 신고를 했을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1위인 LG생건 정도이니 저항했지 다른 업체들은 꿈도 못꿨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적자폭을 줄이기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얘기도 나돈다.

물론 정확한 사실관계는 따져봐야한다. 고객에 더 낮은 가격으로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협력사와 가격협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쿠팡측 설명이 틀린말은 아니다. 대부분 직매입이고 물류배송까지 같이하는 쿠팡과 오픈마켓 중심인 다른 e커머스 업체와 시스템측면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최근 협력사들의 하소연은 쿠팡의 해명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들의 주장처럼 e커머스 1위로 성장한 이후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과도하게 협력사를 옥죄거나 혹여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있었는지 쿠팡 스스로 되돌아봐야한다. e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에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지속적인 혁신이지, 과거 일부 대기업 유통사가 자행했던 '협력사 쥐어짜기' 식의 구습은 결코 아니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사진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