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직 시절에도 후배들 손수 요리해준 '맏형'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9.06.1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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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검사 아냐" 완고한 원칙주의자 면모로 검찰 내부 신망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6.17/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6.17/뉴스1


"대구고검으로 좌천된 후에도 후배들이 찾아가면 손수 요리를 해서 후배들을 먹이곤 했다. 미식가이면서 스스로 요리를 즐겨하는 요리사이기도 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후배 검사들에겐 존경스럽지만 소탈하고 편안한 '맏형'이다. 대범하고 통솔력이 뛰어난 '보스 기질'을 발휘한다고 정평이 나있지만 윤 후보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윤 후보자가 다정다감하고 유머로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상한 성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윤 후보자에 대해 "사석에선 만담꾼 저리가라다"고 전했다. 그는 "한번은 부부 동반으로 윤 선배와 모임을 함께 했었는데 그 이후에 집에 가면 아내가 '오늘은 지검장님이 어떤 재밌는 얘기를 해줬느냐'고 물을 정도로 말솜씨로 좌중을 웃기고 울리는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 지인들이 꼽는 의외의 면모는 '요리사 윤석열'이다. 소문난 미식가인 윤 후보자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 유래 등을 줄줄 꿰고 즉석에서 음식 강의가 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도 즐긴다. 지금도 주말이면 주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김치찌개, 대구식 소고기뭇국 등 그가 '최애(최고로 애정하는)'하는 음식들은 재료 준비부터 국물 우리기 등 한식 장인에 버금가는 솜씨를 발휘한다는 후문이다. 비교적 늦게 결혼한 윤 후보자는 총각 시절 종종 후배들을 불러 밥을 해먹이기도 했으며 결혼 후엔 부인 김건희씨와 직접 요리한 김치찌개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후배들에겐 자애로운 '맏형'이지만 수사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을 모르는 원칙주의자로 일찍이 내부 신망이 두터웠다. 윤 후보자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있는데 선배나 동료 검사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사람, 검사다" 혹은 "검사 아니다" 딱 한마디 한다고 한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알지? 누구누구 검사 아니다' 이렇게 한 마디하는 것에 모든 의미가 담긴 것"이라며 "스스로 검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엄격한 잣대를 갖고 살아온 윤 후보자였기에 '검사 아니다'란 단 한마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검사의 길'을 걷고자 했던 윤 후보자의 면모는 이미 대학 재학 당시에도 확인된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사형을 구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윤 후보자는 이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했다고 한다.

윤 후보자는 검사의 원칙을 앞세워 정치 권력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된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당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사건 때다.

윤 후보자는 직속 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됐다. 며칠 뒤 국정감사장에서 "체포영장 청구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검찰은 물론 국감을 지켜보던 국민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엔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후보자의 말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고 윤 후보자가 '국민 검사'로 각인된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한직을 떠돌던 윤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전격 합류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고검 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후 4년 만에 국감 무대에 선 윤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검찰은 정치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이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 등)수사 의뢰된 부분은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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